나집 전 총리 中과 유착관계
동부해안철도 등 대규모 사업
마하티르 총리, 中 투자 재검토
일부 사업 재협상 대비 나서기도
최근 말레이시아 정권이 61년만에 바뀌면서 중국의 동남아 지역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예상과 달리 재집권에 실패했고, 15년만에 다시 총리로 돌아온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중국 투자 사업들에 대해 재검토 계획을 밝힌 만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둔 국제 인수합병(M&A) 자문사 노스헤드캐피탈의 김수연 대표는 22일 “거래하는 중국 투자자들이 총선 후 말레이 정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일부에서는 진행 사업과 관련 말레이 측의 재협상 요청에 대비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업체가 수주한 사업들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현지 민간 파트너들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들이 중국에 반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투자 사업에 부정적인 마하티르의 당선으로 말레이 내 중국 트로젝트 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은 지연될 수 있고, 신규 사업은 승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140억달러가 투입되는 동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 등 항만 건설, 산업공단 조성, 부동산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협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함께 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 구축이 핵심이다. 특히 동서양 물류 중심인 말라카해협을 끼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인프라 구축 사업들은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2010~2016년 중국이 수주한 건설 프로젝트와 개발 투자 규모가 356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국에 올랐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차질은 나집 전 총리가 중국과 유착돼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나집 전 총리가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가 부실화 하자 중국 국영기업 CGN이 1MDB의 전력 자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나집 총리를 지원했다. 대신 나집 총리는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에 박차를 다하던 중국의 행보에 침묵했다. 유벤 패러큘레스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말레이시아가 일대일로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시각은 이제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권 교체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인 군사기지화 작업도 일대일로 전략에 차질을 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최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 설치한 인공섬 활주로에 최근 전투기를 이착륙 시키자 친중행보를 보이던 필리핀이 등을 돌리고 나섰다. 필리핀은 지난해 중국이 일대일로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1,6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나라다. 필리핀 외교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관계 당국과 서필리핀해(남중국해 필리핀 명칭)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면서 “우리 영유권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외교적 조처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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