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주장한 지주사 전환은
성장 전략상 실현 가능성 낮아
현대모비스가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취소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수정안은 엘리엇이 주장한 지주사 체제 전환 보다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ㆍ합병 비율을 재조정 하는 선에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가치평가에 대한 논란을 감안해 현대모비스 분할부문을 일단 상장한 뒤 시장의 가치 평가를 거쳐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지주사 체제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동시에 일정 지분을 내놓아야 해 세 회사의 주주총회를 모두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시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을 보유할 수 없어 자동차금융 등에서 시너지가 줄어든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시나리오를 선택할 경우 기존의 성장 전략과 논리를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그룹의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주장한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 후 지주사 전환’도 확률이 낮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제 각각인 반대 의견 중에서 회사의 본질적인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지 않겠느냐”며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속에서 폭 넓은 의견이 반영된 합리적인 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이 언제 제시될 지는 미지수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 전략을 재정비한 뒤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분할ㆍ합병의 기준 실적을 수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추진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개편안 통과를 위해 표 대결을 강행하기보다 폭 넓은 동의를 얻는 게 낫다고 판단한 만큼 당장 새 개편안을 내놓기 보다는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소통의 시간을 가진 후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에 맞서 회사안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내놓은 의견을 면밀히 분석하고, 주주들의 요청사안을 다시 한번 종합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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