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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미한 ‘가맹점 갑질’은 지자체가 조사?

입력
2018.05.23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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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대상 행위는 위임하고

과징금 고발 대상 행위만 맡을 것”

공정위 내부방침 정하자 반발

“조사 역량 먼저 키워야” 지적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독점하고 있는 가맹점 ‘갑질’에 대한 조사 권한 중 가벼운 사안만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랜차이즈 갑질을 크게 둘로 나눠 중대한 사안은 공정위가 계속 조사하고 경미한 사안을 지자체가 맡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행정력 낭비”라며 시큰둥한 반응이고, 지자체도 “허드렛일만 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2일 “가맹사업법상 과태료 부과대상 행위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17개 광역 지자체에 조사권을 위임(분담)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지자체의 조사 역량이나 법 집행의 통일성 문제를 고려 시 가맹분야 모든 갑질에 대한 조사권을 지자체에 부여(공유)하는 방안은 시기상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본사가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할 때 예상매출액 등을 제공하지 않는 등 경미한 사안(과태료)은 지자체가 전담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점주에 떠넘기는 등 중대한 사안(과징금ㆍ고발 등)은 공정위가 맡는 이원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이야기다.

가맹분야에서 지자체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주요 개혁 과제 중 하나다. 가맹점이 21만개에 달하는 현실에서 수십 명(지방사무소 포함)에 불과한 공정위 인력만으로는 신속한 피해구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작년 8월 출범한 외부 자문기구인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지자체 협의 등을 거쳐 조사 분담 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대사안까지 넘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가맹본부 A사(본사 소재지 경기)와 B사(대전)가 동일한 방식으로 점주에게 예상매출액을 부풀려 제공했을 경우 경기도가 A사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는데 대전시가 B사를 무혐의로 결정하면 법 집행의 일관성이 깨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정책 수요자인 가맹점주 반응은 냉담하다. 죽 프랜차이즈 점주 A씨는 “정보공개서(창업비용 등이 담긴 문서로 가맹희망자에 제공)나 예상 매출 산정서를 주지 않는 등 경미한 사안(과태료)으로 가맹 본사를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인테리어비용 떠넘기기 등 진짜 갑질(과징금)을 신고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분담 체제에선 가맹점주가 본사 갑질을 사안별로 나눠 과태료 건은 지자체에, 과징금 건은 공정위에 각각 설명해야 한다”며 “신고인 불편을 초래할뿐더러 행정력도 낭비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피자 프랜차이즈 점주 B씨도 “과태료 부과대상 위법 행위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 이뤄진다”며 “그러나 이 때는 장사를 시작하는 게 급해 이런 위법 행위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넘어가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지자체 조사는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자체도 불만이다. 김창현 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한 사건을 두고 어디까진 서울시가, 나머지는 공정위가 맡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공정경제과 관계자도 “내년 1월부터 서울ㆍ경기 등 광역지자체에선 본사와 점주간 분쟁을 조정하게 되는데 제한적인 조사권을 주면 조정을 성사시키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내년 지자체의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살펴본 후 점진적으로 조사권을 이양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서류보존 여부 확인 등 ‘허드렛일’만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동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지자체와 공정위가 조사권을 100% 공유하되, 최종 처분은 공정위를 무조건 거치도록 제도를 설계하면 법 집행의 통일성도 문제될 게 없다”며 “애당초 공정위는 실질적 조사권을 나눠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에 공정위 직원을 파견 보내는 방식으로 지자체 조사 역량을 끌어올린 후 점차 조사권을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지자체와 갑질 조사권을 분담하는 방안은 가맹법 개정 사안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등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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