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1개월 단위 상여금ㆍ숙식비 포함
강행하려 하자 노ㆍ사 모두 반발
경총 “노조 있는 곳은 산입범위 확대 불가능”
매달 현금으로 지급되는 숙식비와 상여금까지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국회가 법개정을 추진하자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 대표자회의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 참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총 역시 여야 합의안을 넘어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하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산입범위 논란의 갈등이 극대화 되고 있다.
22일 오전 3시 20분쯤 민주노총은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이 시간부로 노사정 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어떠한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문성현 노사정위원장과 김영주 노동부 장관에게 이러한 입장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앞서 21일 오후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를 시작, 기본급과 직무수당만 포함되던 현행 최저임금에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되는 숙식비를 포함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지난 해 최저임금위원회의 전문가 TF(태스크포스)가 1개월 단위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방안을 다수 안으로 채택했으나 노사 모두 반발하면서 결론을 맺지 못하자 국회가 나서서 도출한 합의안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 같은 합의안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사실상 무력화 한다며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일부 환노위 위원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소위는 산입범위 조정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2일 오전 2시 20분쯤 종료됐다. 이후 민주노총은 내부 논의를 진행, 국회가 산입범위 확대를 강행할 것으로 판단해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이라는 ‘강수’를 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중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양대 노총과 경총 등 노사 당사자가 모은 의견조차 거부되는 국회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노사 의견을 들으며 원만하게 진행되던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장에 찾아와 국회처리를 겁박하는가 하면 양노총과 경총이 논의해도 국회가 강권으로 처리하겠다고 공표했다”면서 “이 국회, 이 집권 여당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참여 중단 선언에 따라 지난 1월 대표자 회의를 시작으로 8년여 만에 재개됐던 사회적 대화의 흐름이 약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비정규직ㆍ여성ㆍ청년 및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대표 등 새로운 참여 주체를 포함시켜 노사정위원회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개편하는 데 합의하고 관련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출범에 기대를 모으던 상황이었다.
경총 역시 양대 노총과는 정반대의 이유로 여야의 합의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합의안은 지난 3월까지 노사가 합의를 시도했던 TF 안과 동일한데 당시 경총이 명확히 반대했던 내용을 지금 와서 수용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노조가 없는 기업은 회사가 상여금 지급주기를 변경하는 것을 가능하지만 노조가 있으면 단체협약 개정을 위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입범위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진정으로 제도 개선 대상이 되어야 할 계층이 제외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노위는 오는 24일 오후 9시에 다시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산입범위 조정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당 관계자는 “28일 본회의 전에 논의를 마쳐 내년 최저임금 책정에 걸림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노사 모두 반발이 너무 심해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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