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지속 예측, 생산 늘려
6대 업체 수익 7% 하락할 듯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육박하는데도, 미국 셰일업계에는 채산성 악화로 울상을 쓰고 있다. 방만ㆍ부실 경영도 문제지만, 저유가 시대에 생존을 위해 맺어 놓은 ‘헤지 거래’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10년 전 금융위기 전후 한국 중소기업이 ‘통화옵션’ 계약을 잘못했다가 큰 손해를 본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핵협정(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으로 불안해진 중동 정세로 국제유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지만 미국 셰일업체 중 호황을 누리는 곳은 드물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70달러를 넘어섰지만, 미국 상위 20개 업체 중 1분기 수익을 낸 곳은 5개 업체뿐이다. 상위 20개 기업이 올해 1달러를 벌기 위해 쓰는 평균 비용이 1.13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오아시스 페트롤리엄’의 경우 원유 1달러를 퍼 올리면 3.27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구조다.
원유 가격이 상승할수록 셰일업계가 손해를 보는 건 2016년과 2017년 맺은 ‘헤지 계약’ 때문이다. 당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에 머물자 미국 셰일업계는 고유가 시대는 더 이상 도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배럴당 50달러 내외의 가격을 보장 받는 대신, 배럴당 50~55달러 이상 오르면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헤지 계약을 맺었다.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설 고유가 시대는 이미 끝난 만큼 생산량을 늘려 외형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 80달러까지 육박하면서 일부 업체는 흑자부도 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이다. 유명 셰일업체인 WPX에너지는 헤지 계약으로 발생한 손실 6,900만달러(750억원) 때문에 1분기에 순손실 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헤지 계약을 제때 맺지 못해 고민하던 컨티넨털리소시즈라는 업체는 1분기에 2억5,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매킨지는 2018년 내내 WTI가 배럴당 70달러선를 유지할 경우 미국 6대 셰일업체의 연간 수익이 7%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이와 함께 모래 등 원자재 가격 인상도 셰일업계의 채산성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셰일 원유채굴은 셰일층에 초고압으로 물을 넣어 틈을 만들어 원유를 빼낸 뒤 이 때 생겨난 균열이 막히지 않도록 많은 양의 모래를 집어넣는 과정을 거친다. WSJ는 미 라이스대 에너지연구센터 연구를 인용해 셰일 원유 채굴에 500톤의 강철 파이프와 35개 올림픽 규모 수영장을 채울 물, 14개 축구 경기장을 채울 만한 양의 모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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