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 역할 높여야”
재료ㆍ에너지ㆍ우주 기술 언급
북미회담 앞두고 협상력 강화
체제이완 단속하려는 의도인 듯
‘경제 건설 총력’ 노선을 선언한 북한의 성장 모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외 의존을 최소화하면서 핵 확보 과정에서 습득한 과학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자력갱생을 추구한다는 게 북한의 기본 구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1면 머리기사로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 제하 사설을 실었다. 약 6,500자 분량으로 꽤 긴 해당 사설은 “내각과 해당 기관들에서는 과학 기술 발전에 대한 작전과 지도에서 전략적 집중성을 보장하는 데 주목을 돌려야 한다”며 역량을 집중할 기술 분야로 핵심 기초 기술과 재료ㆍ에너지ㆍ우주 기술을 언급했다. 더불어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교육에 의하여 담보된다”며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면 국가적 투자를 결정적으로 늘리고 과학 교육을 중시하는 전사회적인 기풍을 철저히 확립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향후 역할이 강조된 기구는 내각이다. 신문은 특히 “나라의 전반적 과학 기술 사업을 책임진 과학 기술 행정기관으로서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권능과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에서 당의 경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내각의 통일적인 지휘에 무조건 복종하여야 한다”며 내각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일단 원칙은 자강(自强)인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이날 ‘외세 의존은 망국의 길’이라는 제목의 정세 논설을 통해 “정세가 어떻게 변해도 자력자강으로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이 땅 위에 반드시 일떠세우려는 것은 우리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며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이 더욱 악랄해지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자기 힘을 믿지 않고 남에게 의존하면서 그 덕을 보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역설했다. 대외 경제 의존을 경계한 것이다.
이런 선 긋기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 대가로 미국의 대규모 경제 지원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고 체제 이완을 단속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는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 건설을 해본 적이 없다”(16일)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지원을 받는 걸 대안으로 삼는 분위기도 아니다. 최근 노동당 참관단의 방중도 공언대로 중국 경제 건설 경험을 배운다는 게 목표지 지원을 끌어 내려는 취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ㆍ로켓 개발 과정에서 고도화한 과학 기술을 민수(民需) 분야에 적용해 단기에 경제를 도약시킨다는 구상은 중국ㆍ베트남 모델과 다르다”며 “도움이 될 만한 외부 자원이 있으면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인력ㆍ기술을 경제 발전 견인의 토대로 삼겠다는 게 북한의 일관된 전략”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