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닷컴, 25대 그룹 분석
국내 25대 대기업그룹 상장사 오너 일가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우호지분이 평균 4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 철회에서 보듯, 대기업이 주요 경영 현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때마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구조다.
2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3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25곳의 상장사 지분(3월말 기준)에서 오너 일가 측 우호지분 비율은 평균 43.23%로 집계됐다.
이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평균 38.19%)에 자사주(4.37%)와 우리사주(0.68%)까지 포함한 것인데, 통상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할 경우 오너 일가의 실질적인 우호지분율은 38.86%에 그친다. 나머지 56.77%의 지분 가운데 소액주주 등 기타 주주가 30.30%를 갖고 있고 외국인투자자(20.48%), 국민연금(5.9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과반에 크게 못 미치는 오너 일가의 우호지분율이 구조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견이 있는 주요 경영 이슈를 놓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때마다 평균 6%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입장이 통과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는 오너 일가 우호지분율(이하 자사주 제외)이 30.17%에 불과해 최근 추진했던 분할합병안의 주주총회 의결에서 국민연금(지분율 9.82%)의 찬성이 매우 절실했으나 이를 확신하기 어렵게 되자 결국 합병안 철회를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의 오너 일가 우호지분율도 34.17% 수준이다.
삼성그룹은 오너 일가 우호 지분율이 평균 34.00%이며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17.74%에 불과하다. LG그룹은 36.68% 수준이고 SK그룹은 26.71%에 불과하다.
최근 총수 일가족의 비위 혐의가 불거진 한진그룹도 오너 일가 우호지분이 38.29%로 경영 현안 때문에 표결 싸움이 벌어지면 국민연금(지분율 9.84%)의 의견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반면 롯데, 두산, LS, 하림, 코오롱, KCC, 교보생명, 대림, 영풍그룹은 오너 일가 우호지분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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