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다쥐르(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 지역)의 대표적 휴양도시 칸을 뜨겁게 달군 영화 축제가 올해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폐막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는 여느 해처럼 화젯거리가 차고 넘쳤다.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전 세계 여성 영화인들의 공개적인 연대와 ‘사고뭉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 ‘더 하우스 댓 잭 빌트’가 시사회 도중 일으켰던 관객 집단 퇴장 소동 등이 취재진을 바쁘게 했다.
무엇보다도 한국 취재진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던 것은 ‘버닝’의 황금종려상 수상 여부였을 게다.
평론가와 소식지 등 현지 반응이 워낙 좋았던 덕분에 한국 취재진으로선 폐막식 당일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수상 확정시를 대비한 기사 작성 준비에 정신이 없었을 테고, 그래서 본상 수상 불발의 아쉬움이 ‘버닝’ 관계자들 이상으로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왜 수상에 실패했는가를 두고 심사위원단의 성향 등 그 이유를 꼼꼼하게 분석하는 결산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
올해 만난 심사위원단을 내년 다시 만날 리 없고, 만난다 하더라도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는 수험생처럼 그들의 성향을 주도면밀하게(?) 반영해가며 영화를 만들 순 없기 때문이다.
황금종려상 수상 실패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는 ‘버닝’의 이창동 감독과 박찬욱 감독, 홍상수 감독 등을 이을 우리 영화인들의 발굴 및 육성 그리고 소개에 힘쓸 때다.
제도권 바깥 ‘흙 속의 진주’들을 캐내고, 제도권에 진입했지만 저평가된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해외 영화계에 알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이들의 등용문인 단편영화 진흥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다양한 장르의 크고 작은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폭 넓은 지지가 가장 절실하다.
또 임권택 감독부터 이창동 감독까지 여러 한국 감독들의 후원자로 활동해오다 얼마전 타계한 프랑스 영화인 피에르 뤼시앙같은 해외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타고 안 타고는 중요하지 않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 명을 배출하는 것보다 양질의 책을 널리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가 훨씬 소중한 것처럼, 우리 영화 혹은 우리 영화인의 대외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는 우리 관객들의 적극적이고 꾸준한 사랑이 최우선이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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