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퍼 “용기있는 한 걸음…
무장해제 요구 잠시 미뤄둬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북한 해킹 근절도 포함 주장
북한의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 언급으로 북미관계가 난기류를 만난 가운데 미국 정치권,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엇갈린 주문을 던지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더욱 강경한 대응을 요청하는 반면, 정치적 반대세력인 민주당 진영에서는 회담 성공을 위해 유연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국가정보국(DNI)을 지휘한 제임스 클래퍼 전 국장은 북미 관계 진전을 위해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원칙을 유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북한과의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오는 법’이라는 기고를 통해 “강한 쪽에서 바꿀 수 있다. 우리는 협상에 앞서 (북한에 대한) 무장해제 요구를 잠시 동안 미뤄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11월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일을 전하면서 이 주장에 대한 북한의 강한 거부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북한 관리는 미국과 베트남의 국교 정상화 성공사례를 이야기하자 관심을 가졌지만 ‘선 폐기’원칙을 언급하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 정권이 고립주의 정책 덕분에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워싱턴과 평양에 서로 이익대표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시도한 방식이다. 그러면서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정책적 결정들을 공개적으로 치하한 적은 없었으나 김정은과 만나기로 한 결정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용기 있는 한 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의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북한의 해킹 근절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은 언론에서 비핵화 의제 이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화학 무기 폐기 등이 거론되자 북미정상회담 재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코리 가드너(공화ㆍ콜로라도)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북한의 해킹 위협을 거론하면서 “이번 회담이 북한의 다른 불량행동들을 눈감아 주는 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밥 코커(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도 “이 문제가 의제 중 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로드아일랜드) 의원은 “김정은은 핵 미사일 위협을 복잡한 사이버 공격으로 전환, 충돌의 방법을 바꿀 수 있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동조했다.
한편 마코 루비오(공화ㆍ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수전 손튼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북한이 핵ㆍ미사일 일부만 포기토록 ‘부분 폐기’를 수용했다는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손튼 대행은 최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화상 콘퍼런스에서 북한이 먼저 핵ㆍ미사일 일부를 포기하는 행동을 ‘거대한 계약금’으로 규정하고, 미국이 이에 대한 보상을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북한이 주장해온 동시적ㆍ단계적 비핵화 해법의 수용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에 루비오 의원은 트위터에 “(손튼은) 북한의 부분적 굴복을 수용하려 하고 있다”며 “그의 인준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손튼 대행에 대한 공격이지만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전하고 검증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일괄타결 원칙에서 이탈하지 말 것을 압박하는 공화당 매파의원들의 의중을 전달한 셈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