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자회사 불구 수익구조 편중
은행 체계만으론 경쟁력 한계
늘어나는 출자 한도 통해
보험ㆍ증권 등 적극 인수 나설 듯
지분 27.22% 가진 7개 과점주주
지주사 전환 땐 비은행 경쟁자
협력 여부ㆍ전환 속도 등 변수로
우리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국내 첫 금융지주사였던 우리금융지주가 2014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4년 만이다. 지주사 체제로 개편된 우리은행이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며 보험, 증권 등 2금융권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경우 금융시장 판도에 격변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20일 “이사회, 금융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지주회사 전환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현재 외국계를 제외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비(非)금융지주 회사다. 앞서 2001년 3월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됐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2001년 13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2014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증권, 보험,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계열사를 매각한 뒤 우리은행에 흡수ㆍ합병됐다.
우리은행은 2016년 말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지주사 재전환 논의에 물꼬를 텄지만 채용비리와 그에 따른 이광구 전 행장 사임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한동안 공전했다. 그러나 손태승 행장이 지난해 11월 취임하며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라고 선언하며 다시 속도를 내왔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은행 체제만으로는 경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자회사 7개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 구조로 보면 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5,30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중 1조2,761억원을 은행에서 거둬들였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자회사와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현재 금융지주 4강(신한ㆍKBㆍNH농협ㆍ하나금융지주) 구도가 ‘5강 체제’로 재편돼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자기자본의 20%를 넘겨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은행법상 현재 우리은행의 출자 여력은 6,000억원에 그치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출자 한도가 크게 늘어난다. 이를 통해 생명ㆍ손해보험사와 증권사,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면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신규 수익모델 창출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KB금융은 KB손해보험ㆍ현대증권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세를 크게 불렸고, 신한금융도 신한금융투자 증자 등을 통해 맞불을 놓으며 ‘리딩뱅크’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체제 전환시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수익성 높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할 수 있어 자본효율성 제고와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지주로의 전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우리은행과의 협업을 노리고 투자를 결정한 금융권 과점주주들이 지주사 전환에 적극 협력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 키움증권, 하나생명 등 7개 과점주주가 우리은행 지분 27.22%를 보유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과점주주 대부분이 비은행 금융사인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로 가게 되면 결국 이들 주주사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셈”이라며 “반대로 은행이 지주사 설립 후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는 기조가 되면 은행과 지주사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면 기업가치가 상승해 오히려 과점주주의 투자 효과도 극대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속도도 변수다. 우리은행은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지주사 설립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환은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차례로 신청해 승인을 받은 뒤 주주총회 승인, 상장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통상 3~4개월이 소요되지만 다음달 지방선거와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삼성생명의 계열사 주식 매각 등 금융당국이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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