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단체서 대량 구매해 되팔고
구매대행 서비스ㆍ푸드트럭 유치도
국세청 “제보 확인 뒤 행정절차”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열린 대전 카이스트(KAIST) 축제 ‘석림태울제’에 참석한 대학원생 김모(25)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선후배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였다. 국세청이 1일 교육부를 통해 ‘주류판매업 허가 없이 술을 파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라면서 각 대학에 주세법 준수 요청 공문을 보내자, ‘KAIST대학원생협동조합’이 아예 주류 판매 허가를 받아 학생들에게 판매 해 자유로운 음주가 가능했다. 조합은 축제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막걸리 할인’ ‘소주 맥주 추가 확보’ 등을 내걸어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김씨는 21일 “학생 대다수가 예년과 다름없이 자유로이 음주했다”며 “불법 판매에 대한 국세청 단속도 없었다”고 했다.
축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사립대학들도 주세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갖은 꼼수를 동원했다. 홍익대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교 인근 마트와 손을 잡고 캠퍼스에 ‘술 가게’를 들였다. 맥주(500㎖) 병당 가격은 4,000원으로 웬만한 외부 주점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았지만, 술은 불티나게 팔렸다. 일부 학과 주점에선 술을 무료로 주는 대신, 음식값을 ‘넉넉히’ 받아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세종대 건국대 등에선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술을 직접 사다 주는 ‘주류 구매대행’ 수법을 쓰거나 술 판매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을 유치하기도 했다.
서울시내 7개 대학 축제를 다녀왔다는 김가영(19)씨는 “주세법 위반 피하기 대회 같았다”라면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대학축제 주점 문화를 정부가 갑자기 불법 행위라고 공표하니 실효성은 없고 혼란만 컸던 것 같다”고 했다. 대학원생 황모(30)씨도 “경고성 공문을 내리기 전 에 관련 논의나 홍보가 우선돼야 했다”고 말했다.
일부 위법을 무릎 쓴 술 판매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 한 동아리 주점 메뉴엔 애플사 노트북 이름인 ‘맥(Mac)’이, 다른 주점 메뉴엔 음료 이름인 ‘아침햇살’이 있었는데, 모두 막걸리를 에두른 말이었다. 엄연한 위법 행위지만 이곳서도 ‘거래’는 활발했다. 축제에 참가한 정모(20)씨는 “축제 개막일(3일) 이틀 전 교육부 공문이 내려와 갑자기 주점 정책을 바꾸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너무 뻔한 눈속임이라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했다.
국세청은 “그간 대학축제 주류판매 위법성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라면서 “불법 판매 행위 제보에 대해 사실확인을 거친 뒤 행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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