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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 학생 방치’ 교사 벌금형 놓고 공방

입력
2018.05.20 19: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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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 걸렸는데 체험학습 보내 잘못

부모가 온다해 휴게소에 내려줘”

“함께 갔던 보조교사라도 남겨

부모에게 아이 직접 인계 했어야”

형 확정 땐 10년 교육기관 취업못해

“재심해야” 청와대 청원 글도 잇따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중 용변이 급한 초등학생에게 버스에서 용변을 보게 한 뒤 휴게소에 혼자 남겨두고 떠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교사를 두고 교사ㆍ학부모들의 공방이 거세다. 교사들은 앞뒤 정황을 살펴볼 때 해당 사건이 교사 직위를 박탈당할 정도의 사안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신적 충격이 큰 아이를 보호자 없이 그대로 두고 떠난 것은 엄연한 방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구지법으로부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ㆍ방임) 혐의로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대구의 한 초교 6학년 담임교사 A(55)씨는 형이 확정될 경우 학교 등 교육기관에 10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 받아 확정된 사람은 10년 동안 아동관련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는 아동복지법 제29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A씨의 처사가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10일 천안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버스 안에서 B(당시 12)양이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자, 기사에게 갓길에 잠시 세워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불법이므로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A씨는 B양이 직접 버스 뒷좌석에 비닐을 깔고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도록 했다. 이후 휴게소에 들어선 B양은 “똥냄새가 난다”는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화장실에서 울면서 나오지 않았다.

상황을 알게 된 학부모가 먼저 ‘휴게소로 데리러 가겠다’고 전화를 하고 B양 역시 현장체험학습에서 빠지겠다고 의사를 표시하자, A씨는 B양을 혼자 버스에서 내리게 한 후 그대로 출발했다. 재판부는 “함께 버스에 타 학생을 관리하던 보조교사도 있었지만 B양과 함께 내려 기다리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또 망설이는 B양에게 ‘(버스에서) 내릴 거야, 말 거야, 다른 아이들이 너 때문에 피해를 보잖아’라는 말로 결정을 강요했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교원단체와 일부 학부모들은 법원의 결정이 너무 지나치다며 비판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선고 즉시 성명을 내고 “비상식적인 판결로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급우들이 놀리지 않도록 교육시켰고, 교사는 체험학습 전체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대처해야 하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초 B양이 장염에 걸린 것을 알면서도 학부모가 현장체험학습에 참가시켰고, 교사 또한 휴게소 내 카페에 아이를 내려줬다고 알려지면서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는 ‘휴게소 방치 교사 사건을 재심해 달라’는 의견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의 경중 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취업을 제한하는 현행법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재철 한국교직원총연합회 대변인은 “아동복지법 29조는 아동학대관련 범죄의 유형이나 경중, 재범위험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형만 확정 받아도 획일적으로 10년간 취업을 제한해 범죄와 제재간의 비례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위헌성을 근본적으로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교사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구교육청의 ‘현장체험학습 운영매뉴얼’ 및 해당 초교의 현장체험학습 안전교육 실시 계획에 따르면, 교사는 응급상황 발생 시 보호자에게 상세히 연락하고 학교장 등 관리자에게 신속하게 보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 초1 학부모 김모(41)씨는 “함께 갔던 보조교사라도 휴게소에 남겨 부모에게 아이를 인계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본다”며 “충격을 받은 아이를 버스에서 혼자 내리게 했다는 점도 분명한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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