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ㆍ귀요ㆍ줄랭씨 SSF 참여
“줄랭과 귀요를 한국에서 처음 만났어요. 이 축제의 마법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우정과 새로운 우정이 만날 수 있는 자리예요.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고요.”(첼리스트 에드워드 아론ㆍ41)
“나무와 공원이 많은 환경, 문화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곳이라는 점도 계속 이 곳을 찾게 만드는 이유예요.”(호르니스트 에르베 줄랭ㆍ52)
“맨 처음 한국에 온 건 1994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이었어요. 2006년 자원봉사 중이던 아내를 만나, 이제는 매년 한국에 오고 있죠”(클라리네티스트 로망 귀요ㆍ49)
누가 더 한국을 사랑하나 내기라도 하는 듯하다. 세계 유명 악단의 수석 연주자이자, 독주자로 바쁘게 활동하는 이들은 1년에 한 두 달 이상은 한국에 머물 정도로 한국을 자주 찾는다. 아론과 귀요의 아내가 한국인이기도 하다. 올해도 서울스프링실내악페스티벌(SSF)을 통해 한국 관객을 만나는 세 사람을 16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프랑스 출신인 줄랭은 전 세계 120여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호른이 독주악기로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앞장서 보여주고 있는 연주자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등의 수석 연주자이기도 하다. 아론은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활발히 연주 중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2003년부터 10년 간 실내악 시리즈 ‘아티스트 인 콘서트’의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했다. 귀요는 16세 때 거장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에게 발탁돼 유럽연합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3년 동안 솔리스트로 활약하는 등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다. 이들을 SSF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세 연주자가 한국에 빠진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음악가들의 성취다. 줄랭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수석으로 활동하던 20대 초, 정명훈 지휘자를 만났다. 정 지휘자와의 인연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객원수석으로도 활동했다. “2년 전에 한국에서 연주했던 6중주가 기억에 남아요. 저를 제외한 5명은 한국인 연주자였어요. 프랑스 곡을 연주했는데 한국인 연주자들이 너무 준비가 잘 돼 있어서 오히려 제가 프랑스 음악을 그들로부터 배웠죠.”
아론은 미국을 기반으로 한 에네스 콰르텟에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 활동한다. 아론은 “오닐은 단순히 관객을 즐겁게 하려는 무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진지한 음악을 통해 관객들의 수준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연주회를 연다. 그는 한국의 훌륭한 연주자들과 한 무대에 서기 위해 “한국에 25번은 온 것 같다”며 웃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귀요는 학생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3년 동안 17명 정도의 학생들을 만났는데 한국의 클라리넷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요. 어린 아이들도 기술적으로 좋은 레벨을 갖고 있고요. 이미 곡은 잘 연주하기 때문에 음악을 즐기고 느끼는 법을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파리 바스티유 페스티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매년 봄과 여름이면 최소 10개의 클래식 축제에 참가하는 이들은 SSF에도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음악에 집중하고, 풍부한 음악과 그 음악을 표현하는 적합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인 동시에, 참여해 본 축제 중 가장 큰 도시에서 열리는 축제”(에드워드 아론)이기 때문이다.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는 물론 현대음악가들의 곡까지 아우르는 실내악 향연은 27일까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펼쳐진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