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A그룹 직원 한모씨는 2006년부터 9년여간 홍콩법인에서 근무하다 2015년 4월 서울지점으로 옮겼다. 이듬해 본사가 서울지점 폐쇄를 결정하자 한씨도 10년여간 근무한 회사를 퇴직하기로 했다. A그룹 서울지점은 한씨가 홍콩법인에서 일한 걸 포함한 9년10개월을 근무기간으로 보고 퇴직금(약 11억원)을 산정했다.
하지만 퇴직금을 받을 때 내는 퇴직소득세를 계산할 때는 서울지점 근무기간(1년1개월)만 반영하는 바람에 한씨는 퇴직소득세로만 약 2억5,000만원을 납부하게 됐다. 퇴직금을 받을 때 퇴직소득세는 근무기간이 짧을수록 부담이 커지고 회사에서 원천징수한다. 한씨는 이 같은 계산이 올바르지 않다며 즉각 강남세무서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회사와 세무서 측은 한씨가 홍콩법인에서 서울지점으로 옮겨올 당시 퇴직금을 이미 수령했기 때문에 해당기간을 제외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씨는 전출 당시 홍콩의 자율적 퇴직연금(ORSO)에 적립된 174만4,210홍콩달러(약 2억4,000만원)를 수령했다.
법원은 한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조미연)는 “ORSO는 홍콩의 퇴직연금제도로, 한씨가 ORSO에 적립된 돈을 수령했더라도 ‘홍콩법인’에서 퇴직 위로금을 지급받은 것일 뿐, A그룹의 퇴직금을 미리 정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근로자라 하더라도 최종 퇴직 시 퇴직소득세 소득공제 근속연수는 사용자가 퇴직금 액수를 결정할 때 고려한 것과 같은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행정규칙 등에 따라 한씨의 퇴직소득세 역시 퇴직금 산정 때와 마찬가지로 홍콩법인 근무기간을 포함한 총 재직연수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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