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과 인터뷰 발언 또 파장
“다자안보협력체제로 전환하면
중국과도 미국과도 우호 관계”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지금의 한미동맹이 장기적으로는 다자안보협력체제 형태로 전환하길 개인적으로 희망한다”고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개인적 소신’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미동맹이 끝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이달 초 주한미군 주둔 관련 발언 사태에 이어 또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 보도에 따르면 문 특보는 최근 서울에서 이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단기 또는 중기적으론 우리가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게 불가피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동맹은 일반적으로 국제관계에서 매우 부자연스러운 상태”라며 “내게 있어 최선은 실제로 (한미)동맹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의 주장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들 틈에서 한미동맹이 한국에게 갈수록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새로운 동북아시아 안보공동체가 건설되면, 우리는 중국도 미국도 편들 필요가 없다. 두 대국 모두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평화와 안정, 번영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맹체제가 변화하면) 한반도는 지정학적 굴레, 지정학적인 덫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북통일이라는 장기 시나리오를 그려본 뒤, “그때 우리는 미국 편을 들어 중국 견제 세력권에 합류할지, 또는 미국과의 유대를 떠나 중국 쪽에 가담할지, 아니면 홀로서기를 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매우 힘든 시기를 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틀랜틱은 “일반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혼란을 일으킨다고 묘사되지만, 문 특보의 의견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너서클’ 안에서도 한미동맹의 유용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문 특보가 미국과의 동맹에 기초한 한국의 외교ㆍ안보 체제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말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엔 주한미군 주둔 정당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 특보의 주장에 대해 미국 정부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한미동맹은 역내 안정과 안보의 핵심이며, 미국은 동맹의 약속을 계속 지킬 것”이라면서 미국의 한국 방어 약속은 철통 같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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