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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리비아 모델’인데… 트럼프 해석 따로, 볼턴 해석 따로

입력
2018.05.18 17:5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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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카다피 정권 붕괴에 초점

“북에 리비아식 비핵화 고려 안해”

볼턴은 ‘선 핵폐기, 후 보상’ 강조

제각각 해석 탓 대북메시지 혼선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는 동안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는 동안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북핵 해법으로 거론돼 온 ‘리비아 모델’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서로 다른 설명과 해석을 내놓으며 대북 메시지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리비아 모델이 실제 무엇을 의미하는지, 트럼프와 볼턴 사이의 생각이 같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리비아 모델은 (북한과는) 매우 다른 모델”이라고 일축했다. 액면 그대로 발언만 놓고 보면, 리비아 모델 추종자인 볼턴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그러나 설명을 더 들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비핵화 방식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는 게 명백해진다.

이런 혼란은 ‘리비아 모델’이라는 용어에 대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곳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볼턴은 2003년 리비아의 자발적 핵 포기 선언 이후 취해진 일련의 비핵화 과정을 거론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반정부 시민군을 돕기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주도의 공습으로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상황을 ‘리비아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 볼턴 보좌관이 언급해 온 리비아 모델의 맥락은 비핵화 프로세스에 집중돼 있었다. ‘선(先) 핵폐기ㆍ후(後) 보상’ 원칙을 기조로 미국이 보상을 제공하기 전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폐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모범 사례로 ‘리비아 모델’이 언급된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검증 방안으로 기존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이전한 리비아 해법을 똑같이 주문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볼턴이 리비아 모델과 관련해서, 북한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거론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 폐기 방식과는 전혀 무관한 체제 보장을 언급하며 ‘리비아 모델’을 강조했다. 리비아 모델의 경우 핵 폐기 대가로 제재 완화 및 관계 정상화만 이뤄졌을 뿐 정권 보장에 대한 사전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안전 보장과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의 안전보장’ 차원의 얘기를, 볼턴은 ‘비핵화 방법론’의 사례로 리비아 모델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메시지 혼선은 북미 협상을 앞두고 불필요한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비핵화 방식에 대해 부정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와 볼턴) 두 사람이 얘기한 ‘리비아 모델’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사건”이라면서 “백악관의 누군가는 이 같은 역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게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핵화에 합의하면 김정은 정권을 보장해줄 수 있지만, 아니면 “카다피처럼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렸기 때문이다. 미 군축센터의 킹스턴 라이프는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 입장에선,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고 북한 내 강경파들에게 핵무기 감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며 “정상회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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