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시위 참가자들로부터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요건을 따져 제한적으로 하라는 경찰개혁위원회 권고가 나왔다. 경찰은 개혁위 권고를 받아들여 소송 여부 등을 신중히 판단하기로 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집회ㆍ시위 관련 손해발생시 국가원고소송 제기기준’ 및 ‘현재 진행 중인 국가원고소송에 대한 필요 조치 사항’을 경찰에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독일연방법원 판례 등 해외사례를 검토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거친 결과다.
개혁위는 집회ㆍ시위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국가 예산으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손해배상은 폭력 등으로 경찰관 신체 또는 경찰장비에 고의로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 제한적으로 청구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소극적 저항에 따른 손해인지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지 ▦폭력행위가 경찰 대응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개혁위는 집회ㆍ시위에서 발생한 공동 불법행위에 대한 집회 주최자 및 단체의 책임을 너무 쉽게 인정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개별 불법행위자에게는 행위에 해당하는 손해에 관해서만 민사책임을 묻는 것을 요구하면서, 주최와 단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발생한 손해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실제 개혁위는 현재 경찰이 진행 중인 집회ㆍ시위 관련 국가원고소송 6건에 대해 단순 참가자나 불법행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자에게는 민사책임을 묻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해당 소송건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09년 쌍용차 관련 집회,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2014년 세월호 집회, 2015년 노동절 집회,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와 관련된 것이다. 개혁위 관계자는 “경찰이 집회·시위를 관리·대응 대상이 아니라 보호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며 “법원에 계류 중인 집회ㆍ시위 관련 손배사건들은 이런 관점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개혁위 관계자는 이런 내용의 권고안을 낸 이유에 대해 “집회ㆍ시위 중 발생한 불법행위에 형사책임을 추궁하거나 심지어 국가를 원고로 해 다수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경찰이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집회·시위 관련 손해가 발생하면 권고안 기준에 맞춰 소송 제기 여부와 범위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며 “기존 사건별로도 소송진행 사항을 고려한 뒤 조속히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유관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해 화해ㆍ조정 절차를 거쳐 권고내용에 부합하게 이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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