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서 영원히 퇴출시키기로 했던 프레온가스(염화불화탄소 : CFC)가 은밀하게 돌아왔다. 누군가 불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의심이 나왔는데, 서구 과학계는 동아시아 지역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국가를 특정하지는 못했지만, 국제사회가 합심한 환경 보호 노력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프레온가스의 배출을 막지 못하면, 지구 오존층을 정상으로 돌리는데 10년 이상 더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에어컨 냉매제 등에 주로 쓰이던 프레온가스는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1987년 발효된 몬트리올 협약을 통해 지구상에서 생산이 전면 금지됐다. 선진국은 1990년 중반부터, 나머지 국가들도 2010년 규제에 전면 동참하며 가장 모범적인 환경 보호 협약으로 평가 받아 왔다. 덕분에 지구 대기 중 프레온가스 비율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그런데 미국 과학자들이 최근 프레온가스의 일종인 대기 중 CFC-11 비율의 감소세가 둔화된 걸 확인했다. CFC-11은 2007년부터 생산량이 제로로 기록돼 사실상 사문화 된 물질이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스티븐 몬츠카 연구팀은 대기 중 CFC-11 농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 결과, 2013년초부터 감소세가 대폭 줄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10년 간 감소세가 꾸준했다는 점에서 신규 생산이 원인이라는 데 결론을 모았다.
몬츠카 박사는 “(프레온가스가 허용되던 시절에) 지어진 건물 단열재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나 다른 화학 제품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파생됐을 가능성 등이 고려됐으나 모두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아시아 지역에서 은밀하게 생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CFC 대체 물질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 들고, 기술력이 아직까지 부족해 불법적 생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2013년 하와이 대기 중에 CFC-11 양이 갑작스레 늘어났는데, 동아시아에서 생산된 CFC-11 가스가 바람에 날려 태평양을 가로 질러왔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지역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제사회 및 환경전문가들은 지구 환경을 위해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오존층은 금세기 중반까지 계속 회복세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CFC-11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이런 과정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리딩대학의 미카엘라 헤글린 박사는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국제 사회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에 압력을 가해 어디서 배출이 이뤄지는지 들여다보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불법 생산 단속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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