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방문 중인 왕이 中외교부장
“美, 평화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北美 비핵화 방식 힘겨루기 속
北中은 실질적 경제협력 강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관계가 냉각될 기미를 보이는 사이 북중 밀착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 고위급 대화 연기와 북미 정상회담 재고를 언급한 북한을 노골적으로 편들며 미국을 탓하고 나섰다. 남ㆍ북ㆍ미 3국 중심으로 흐르는 듯하던 한반도 비핵화ㆍ평화체제 전환 논의에서 중국의 입지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프랑스를 방문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6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신경전이 가열되는 상황과 관련, “현재의 한반도 정세 완화는 정말로 어렵게 얻은 것”이라며 “북한의 자발적인 조치를 충분히 인정해야 하고 유관 각국, 특히 미국은 현재의 평화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측이 융통성을 보일 때 다른 한 측이 강경일변도로 나가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이유로 남북 대화를 연기하고 북미 회담 개최를 재고려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을 사실상 미국이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중국 관변학자들은 좀 더 노골적으로 북한을 두둔했다. 정지융(鄭繼永) 푸단(復旦)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17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북한이 이달 말 핵 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하는 등 계속 양보하는데도 미국과 한국은 대가를 위한 실질적 노력 없이 극단적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북한도 더 이상 이용만 당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즈강(笪志剛) 헤이룽장(黑龍江)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도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포기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경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북중 간 밀착은 박태성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방중 참관단 활동에서도 뚜렷이 확인된다. 이날 베이징(北京) 소식통에 따르면 박 부위원장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14일 회동에서 양국 간 실질적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북한 참관단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중관춘(中關村)과 함께 농업과학원을 시찰함으로써 일차적으로 북중간 과학기술과 농업분야 협력이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베이징시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를 찾은 건 철도ㆍ도로 등 인프라 재건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이 주요 시ㆍ도 당 위원장을 포함한 20여명의 대규모 참관단을 파견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들을 직접 만나 격려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규모 경협을 앞세워 북중관계 회복을 서두르고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비판하는 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정치적ㆍ외교적 발언권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볼턴 보좌관을 비롯한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북한은 중국을 끌어들여 이를 견제하려 할 테고 결국 한반도 문제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입지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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