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 제외 모든 연령대 감소
지난해 미국의 출산율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학력 여성의 증가, 10대 여성의 피임 효과 증가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2017년 잠정출생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385만3,472명으로 전년(394만5,875명)보다 2% 감소해 1987년 이후 가장 적었다. 출산율(15~44세 여성 1,000명당 60.2명)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2014년 상승했던 미국 출산율은 이후 3년 연속으로 감소하는 등 급락세가 뚜렷하다. 또한 지난해 출산율 감소폭은 2010년 이후 가장 컸다.
40대 초반을 제외하고는 연령대를 불문하고 가임기 여성들의 출산율이 모두 낮아졌다. 근년 들어 미국 출산여성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30대 여성들의 출산율도 감소했는데 30~34세 여성은 1,000명당 100.3명을 낳아 전년(102.7명)보다 2% 감소했고, 35~39세 여성은 1,000명당 52.2명을 출산, 전년(52.7명)보다 1%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10대 출산율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0대(15~19세) 여성 출산율은 1,000명당 18.8명으로 전년(20.3명)보다 7%나 줄었다. 2007년 대비 10대 출산율은 50% 감소했고, 해당 연령대의 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1991년과 비교하면 70%나 줄어들었다.
다만 40~44세 여성은 지난해 1,000명당 11.6명을 출산해 전년(11.4명)보다 2%정도 증가했다. 결혼연령이 높아진 데 따른 고령임신의 증가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 숫자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도 1.76명(2016년 1.82명)으로 1978년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중보건전문가를 인용, “피임 지속성이 높은 자궁 내 피임기구 사용증가가 출산율 감소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대학진학률 증가도 출산율 하락에 영향일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학을 졸업한 여성은 학자금 상환 압박과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 가능성 때문에 임신을 미룬다는 얘기다.
2007~2009년의 금융위기의 여파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뉴햄프셔대의 선임 인구통계학위원인 케네스 존슨은 “금융위기 이후 출산을 유보했던 여성들이 여전히 그 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이전의 출산경향이 이어졌다면 2010년 이후 480만명이 더 태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WSJ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저출산은 미국사회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회보험료를 내는 기여자의 감소로 메디케어와 연금 등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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