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경기가 침체 초기에 있다”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진단에 대해 “월별 통계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전날 최저임금에 따른 고용 감소 영향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엇박자를 낸 바 있다. 경제팀 안에서 잇따라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부의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경기 진단에 대해 “경제계 원로로서 의미 있는 말씀을 주셨지만, 3ㆍ4월 월별 통계만 갖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부의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경기판단, 문제있다’는 제목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의 글을 인용한 뒤 “여러 지표로 볼 때 경기는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적었다. 김 교수는 해당 글에서 “전체적으로 소비와 서비스업 일부가 개선된 부분을 빼면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부총리의 이날 언급은 사실상 김 부의장의 경기 비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의장은 김 부총리의 발언이 보도되자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재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경제를 볼 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현상을 나타나게 하는 구조는 현상의 추세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구조적 문제가 경기 하강의 근본 원인임을 밝힌 뒤 장기간의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을 다시 시사한 것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경제정책자문기구이고, 김 부의장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부터 거시경제 밑그림을 그려온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경제부처 수장인 김 부총리와 김 부의장의 경제 진단이 충돌한 것은 현 정부 경제팀 내부 소통조차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가 경제 상황 진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경기 위축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며 “경제팀 의견이 갈리면 위기를 타개할 해법도 꼬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부총리는 전날에도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장 실장이 지난 15일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는 없다”고 말한 것과 결을 달리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김 부총리는 이날 “아직까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엔 시간이 짧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고, 청와대도 같은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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