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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화 자수박물관장 부부, 유물 5000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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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화 자수박물관장 부부, 유물 5000점 기증

입력
2018.05.17 16: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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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중인 서울공예박물관서

2020년부터 일반에 공개

평생 모은 유물 5,000점을 서울시에 기증한 허동화(왼쪽) 한국자수박물관 관장과 부인인 치과 의사 박영숙 원장. 서울시 제공
평생 모은 유물 5,000점을 서울시에 기증한 허동화(왼쪽) 한국자수박물관 관장과 부인인 치과 의사 박영숙 원장. 서울시 제공

허동화(92) 한국자수박물관 관장과 치과 의사 박영숙(86) 원장 부부가 평생 모은 유물 약5,000점을 서울시에 기증한다. 시는 이번 기증 유물이 한국의 자수 공예 역사를 심층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17일 시에 따르면 허 관장 부부가 내놓은 유물은 총 5,129점이다. 자수 병풍과 보자기 1,000여점을 비롯한 각종 직물 공예품부터 바늘 같은 침선구까지 다양하다. 국가지정보물 제653호인 4폭 병풍 ‘자수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인 ‘운봉수향낭’ ‘일월수다라니주머니’ ‘오조룡왕비보’ 3건도 포함됐다.

국가민속문화재 제41호인 '운봉수향낭'. 조선시대 궁중 여인들의 내실에 장식용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제공
국가민속문화재 제41호인 '운봉수향낭'. 조선시대 궁중 여인들의 내실에 장식용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제공
국가민속문화재 제43호인 오조룡 왕비보. 조선시대 왕비 대례복에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보로, 현존하는 용보 중에서 보존 상태도 좋고 자수가 매우 정교하다. 서울시 제공
국가민속문화재 제43호인 오조룡 왕비보. 조선시대 왕비 대례복에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보로, 현존하는 용보 중에서 보존 상태도 좋고 자수가 매우 정교하다. 서울시 제공

자수사계분경도는 꽃, 나비, 분재 등 사계절의 풍경을 수 놓은 병풍이다. 기법, 구도로 미뤄 고려 말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자수 작품으로는 가장 연대가 오래됐다. 터키 대사 부인이 선점해 외국으로 반출될 상황에 놓인 것을 허 관장 부부가 인사동 고미술상을 설득한 끝에 수집한 일화로 유명하다.

기증된 유물은 모두 옛 풍문여고 자리에 건립 중인 ‘서울공예박물관’으로 옮겨진다. 2020년 5월부터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허 관장은 평소 자수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부인 박 원장의 영향과 한국 민화 연구자인 조자룡 선생의 조언으로 도자기, 회화 등 일반적인 고미술품이 아닌 자수 병풍, 보자기를 수집하며 소장 분야를 특화했다. ‘보자기 할배’라는 별명도 이 때문에 생겼다.

박 원장도 남편을 도와 자수 유물 수집, 한국자수박물관 설립과 운영에 크게 기여했다. 1997년엔 다듬잇돌과 같은 침선용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한국자수박물관은 소규모 사립 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전 세계 11개국에서 55회의 해외 전시를 개최하며 전통 자수 공예 문화를 알려왔다. 국내 전시까지 포함하면 100회가 넘는 전시회를 열며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노환으로 병상에 있는 허 관장은 “우리 자수가 외국에서 특히 주목 받은 것은 어머니 같은 여성이 꿈과 염원을 담아 수 놓은 유물의 미감이 세계인의 보편적 감수성에 닿아있기 때문”이라며 “이 기증을 계기로 반백 년 감동의 역사가 서울공예박물관을 통해 계승되고 다른 소장가에게 기증 선례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시는 전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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