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 현장 안착 지원 대책’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확산 방안이 포함됐다. 사회복지서비스업, 건설업 등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21개 업종의 경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제를 활용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선 “근로시간 단축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것”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점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특례제외업종 등 집중근로가 필요한 기업이 탄력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6월 중 관련 매뉴얼을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매뉴얼에는 노사 합의로 특정일에 장시간 집중근로를 하면 다른 날 일을 줄여 일정기간(2주 또는 3개월)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추도록 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왕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특례제외업종의 대부분은 50인 미만 기업으로 2021년 7월부터 주52시간 기준이 적용된다”며 “남은 3년간 근로시간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편법을 쓰는 대신 합법적 틀 내에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2주 단위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면 주 근로시간이 최대 76시간,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면 최대 80시간의 근무를 법적으로 허용하게 돼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라는 대책은 실질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무력화 할 뿐만 아니라 사측의 가산수당 부담을 줄이는 꼼수로 활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여부 역시 쟁점으로 남아있다.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는 최대 3개월인 현행 탄력근로제 운영기간을 일본 등 일부 국가처럼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김 정책관은 “현행 제도가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사용횟수의 제한이 없어 얼마든지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당장의 제도 개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탄력근로제의 적극 활용을 권장하고 나선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고용부는 하반기 중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노사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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