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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감리위, 삼성물산 합병 연관성도 들여다본다

입력
2018.05.17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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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기준 바꾼 고의적 분석”

“국제기준 따른 것” 공방 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비율 제일모직에 유리

“자회사 바이오 가치 부풀려

합병 정당화” 지적도 잇따라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

‘삼성의 고의적인 분식인가, 금감원의 무리한 해석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를 판단하기 위한 첫 공식 절차인 회계감리위원회(이하 감리위)가 17일 열린다. 배수진을 친 양측은 이날 오후2시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시작되는 1차 감리위부터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감리위는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가치 부풀리기와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연관성도 다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감리위 심의의 가장 큰 핵심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바꾼 것을 고의적인 분식으로 볼지 여부다. 삼성바이오는 이를 통해 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종전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변경했다. 삼성바이오는 당시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가능성과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조치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대형 회계법인 2곳도 적정 의견을 냈고 공인회계사 감리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분식의 최고 수위인 ‘고의성 분식’으로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얼마로 할지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지만 갑자기 회계기준을 바꾼 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감리위에서 근거 자료들을 제출할 예정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삼성바이오로직스_신동준 기자/2018-05-16(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삼성바이오로직스_신동준 기자/2018-05-16(한국일보)

특히 이번 감리위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도 검토된다. 삼성바이오 가치 부풀리기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간 관련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합병 당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지분가치(46.3%)를 8조9,000억원 수준으로 평가(전체 가치 19조원)했다. 국민연금의 의뢰를 받은 자문기관 ISS가 평가한 가치(1조5,000억원)보다 5.9배나 크다. 결과적으로 삼성바이오 가치가 높게 매겨지며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1대 0.35)이 산정됐는데,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가 이러한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회계기준을 바꿔 삼성바이오 자회사 가치를 부풀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도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삼성물산을 상대로 한 감리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김태한 대표이사를 비롯해 핵심 임원들이 출석해 금감원 지적 사항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상세히 소명할 것”이라며 “회사의 명예를 회복하고 고객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감리위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 내 자문기구로 금융감독원의 감리 결과를 놓고 금감원과 제재 대상자가 논리 싸움을 벌이는 자리다. 감리위는 양측 입장을 듣고 1차 결론을 내리고, 증선위는 이를 토대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증선위에서 제재 수위가 낮아지는 경우는 있어도 감리위 판단 자체가 뒤집히는 일은 없다.

이번 감리위는 김학수 감리위원장(증선위 상임위원)을 비롯해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임승철 금융위 법률자문관,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위원과 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다만 민간위원 1명은 동생이 삼성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이번 감리위 땐 빠지기로 해 총 8명의 감리위원들이 이번 삼성바이오 사태를 다루게 된다. 감리위의 최종 결론을 담은 보고서는 이달 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쟁점별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감리위가 추가로 1,2차례 더 열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다룰 때도 감리위와 증선위는 각각 3차례씩 열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늦어도 6월7일엔 마지막 절차인 증선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정대로라면 삼성바이오 분식 혐의는 7월에야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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