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르노 클리오를 강원도 강릉에서 만났다.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펼쳐진 르노 클리오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르노 클리오는 90마력의 컴팩트 디젤 엔진을 기반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클리오와 달리는 동안 한동안 잊고 있었던 달리는 즐거움이 새롭게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럴까? 르노 클리오의 시승이 끝난 후 헤어짐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르노 브랜드의 시작을 알리다
2018년 5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드디어 르노 클리오가 국내 시장에 데뷔했다. 수입차로서는 기대 이상의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고, 또 QM3에서 검증되었던 뛰어난 효율성의 파워트레인을 갖춰 이목을 끌었다. 물론 클리오의 데뷔를 보며 100% 만족할 수는 없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가솔린 모델의 등장을 내심 바란 것도 사실이며 또 차량이나 ‘르노’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고성능 모델, 예를 들면 R.S. 모델 등의 데뷔 또한 기대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 출시된 dCi 90 사양의 클리오는 아주 당연하고 ‘이성적인 판단의 결과’라 납득할 수 있고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강릉 일대에서 펼쳐진 르노 클리오와의 만남
이번 미디어 시승은 앞서 말 한대로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펼쳐졌다. 현송월이 숙박하며 유명세를 얻는 강릉의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을 시작점으로 하여 약 60 여km에 이르는 주행 코스를 2인 1조로 주행을 하며 클리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시승 구간에는 지방도로와 고속도로 그리고 산길 등이 모두 이어져 클리오의 다양한 주행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주행 전부터 내린 비로 인해 도로 대부분이 젖은 상태에서 주행을 하게 되어 다소 아쉬웠다.
감각적인 클리오
르노 클리오의 디자인은 무척 감각적이고 세련되었다. 실제 르노 클리오를 본다면 누구라도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작은 차체를 가지고 있지만 르노 특유의 곡선을 기반으로 디자인과 이를 통해 드러나는 볼륨감, 게다가 선명한 바디 컬러가 더해지며 이목을 끌 수 있는 요소는 모두 갖췄다.
르노 클리오의 체격은 말 그대로 ‘소형차(B-세그먼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4,062mm의 전장과 1,732mm의 전폭은 현대기아차의 엑센트나 프라이드 등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1,448mm의 전고와 2,589mm의 휠베이스를 갖췄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작고, 앙증 맞은 체격이라 평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이는 3세대 대비 더욱 커진 크기다.
전면 디자인은 르노 및 르노삼성의 아이덴티티로 가득하다. 브랜드 고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프론트 그릴과 함께 SM6를 비롯한 르노의 최신 차량들에 적용되는 풀 Full LED 퓨어비전 헤드램프와 C자 형태의 LED DRL를 적용했다. 여기에 기존의 3세대보다 45mm를 낮춘 지상고를 통해 더욱 세련되고 스포티한 감성을 연출했다.
측면은 비슷한 체격을 가진 차량 중에 가장 역동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다. 푸조 208이 우아하고 폭스바겐 폴로가 견고하다면 클리오는 스포티한 감성이다. 날렵한 루프 라인과 도어에 적용된 디자인 요소를 통해 컴팩트 쿠페와 같은 날렵하고 스포티한 실루엣을 적용해 르노가 추구하는 ‘소형차’의 감성을 드러낸다. 다만 17인치의 휠로 스타일을 강조했는데 체격에 비해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클리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깔끔하면서도 선명한 그래픽이 돋보이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볼륨감이 강조되어 시선을 끄는 후면 범퍼의 조합을 통해 세련된 감성을 과시한다.
깔끔하고 간결한 실내 공간
클리오의 실내 공간은 최근 르노가 선보인 소형차의 공간을 그대로 이어간다. 실제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 르노삼성 QM3와 유사한 모습임을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기 날개 형상의 대시보드를 적용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센터페시아를 자랑한다.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 레버 그리고 대시보드도 요소들도 모두 익숙한 모습이다. 특히 스티어링 휠은 QM3에 사용된 것과 완전히 동일하고 로장쥬 엠블럼이 르노삼성의 태풍의 눈을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계기판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QM3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공조 컨트롤 패널이 적용되었으며 디스플레이 패널에는 한글화 및 국산 내비게이션 등을 갖춰 만족감을 높였다. 물론 차량의 포지션 상 실내 공간의 요소들이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시승 시작과 함께 곧바로 주행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2열 공간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1열 공간에서는 소형차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을 확보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트의 경우 사이드의 볼륨을 살려 스포티한 주행을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붉은 가죽과 패브릭 소재를 조합하여 우수한 홀딩력을 자랑한다. 차량의 형태 및 크기 때문에 시트 포지션을 낮게 구현하진 못했지만 기본적인 레그룸이나 헤드룸이 만족스럽다.
다만 과거 QM3가 그랬던 것처럼 클리오의 1열 시트의 등받이 각도 조절 역시 센터 터널 쪽의 원형 다이얼로 조절하는 방식이라 원하는 각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경량급 르노를 위한 디젤 파워트레인
르노 클리오의 보닛 아래에는 르노 그룹의 경량급 차량들을 위해 개발한 1.5L dCi 디젤 엔진이 자리한다.
르노의 F1 기술과 디젤 엔진 노하우가 담겨 있다는 이 엔진은 최고 출력 90마력과 22.4kg.m의 토크를 내는 엔진으로 이미 QM3 등에서 뛰어난 효율성과 비교적 경쾌한 감성을 과시했었다. 여기에 6단 EDC(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하여 민첩한 변속 성능과 함께 뛰어난 효율성을 완성했다.
실제 르노 클리오는 17.7km/L의 복합 연비를 갖춰 동급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드라이빙을 놀이로 만드는 클리오의 마법
냉정히 숫자만을 보자. 90마력, 22.4kg.m의 토크는 정말 낮은 출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클리오는 출력도 뛰어나지 않고, 게다가 무기 중 하나인 변속기도 현재 시점으로는 아주 특출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드라이빙 전반에 걸쳐 프랑스의 감성이 담기며 드라이빙을 하나의 ‘행동’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 만들어 버렸다.
시동을 걸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작은 엔진이 열심히 회전하며 출력을 내고 있음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가속력이 폭발적이거나 민첩하다는 표현은 그리 어울리지 않지만 디젤 특유의 토크를 기반으로 견실히 가속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가속 상황에서 RPM을 끌어 올리면 제법 듣기 괜찮은 소리가 실내로 유입된다.
클리오라는 차량이 나름대로 흡음재를 열심히 붙였다고는 하지만 소형차라는 물리적, 체격적인 한계로 인해 기본적으로 정숙성이 뛰어난 차량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디젤 엔진의 거친 감성이 실내 공간으로 전해지는 건 능숙하게 막아내는 ‘기교’를 부려 만족감을 높였다.
평지나 내리막 구간에서는 가속에 대한 불만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강원도의 고갯길에서 만난 오르막 구간에서는 살짝 답답한 모습이다. 하지만 애초에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힐 클라이머’로 클리오를 바라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단점이 될 이유는 없다. 참고로 브레이크 성능은 차량의 출력이나 무게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어 언제든 힘차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변속기로 시선을 돌려보면 기본적으로 준수한 변속 속도를 갖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변속기에 대해 불만을 가지거나 의문이 생기는 일은 없다. 다만 60~80km/h의 속도로 언덕을 오를 때 때때로 기어 비가 애매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이럴 때에는 디젤 엔진의 토크로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클리오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프랑스 브랜드의 경험이 담긴 탁월한 하체 셋업과 이를 기반으로 구현되는 핸들링 감성에 있다. 게다가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한다면 같은 프랑스 태생이지만 PSA들이 보여주는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또 다른 프랑스의 드라이빙 감성’을 연출하여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프랑스의 차량들이라고 한다면 코너를 돌 때 차량의 무게 중심을 코너 바깥 쪽으로 넘겨둔 채로 네 바퀴가 노면을 끈덕지게 움켜쥐며 달리는 매력이 있다. 푸조의 차량들은 비교적 빠르게 무게 중심을 넘기고 조금 더 경쾌하고 폭신한 하체 반응으로 코너를 달리는 느낌이다. 클리오 역시 전체적인 ‘흐름’은 공유하지만 그 내용은 확실히 차이를 둔다.
실제 르노 클리오는 코너를 앞두고 무게 중심을 넘기는 동작이 다소 견고하고 무게감이 있다. 여기에 하체의 반응 역시 노면과 차체 사이를 확실히 받치며 더욱 탄탄하고 민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클리오가 낯선 사람이라도 빠르게 차량에 적응할 수 있고 이어지는 코너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단단할 뿐이지 건조하진 않다. 실제 클리오를 타며 강원도의 고갯길을 오래 달리게 되었는데 때때로 발생하는 노면의 충격을 무척 능숙하게 제어하며 탑승자의 피로감을 최소로 줄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연이은 코너를 즐기고 또 즐기면서 장시간 주행을 해도 ‘계속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 피어나게 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차량을 주행하며 차량의 구성에서 가지는 움직임의 한계는 상당히 깊은 편인데 차량에 적용된 타이어가 빗길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성능이 부족한 것인지 자꾸 노면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달리기 성능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꼭 타이어를 교체하여 클리오가 가진 ‘가능성’을 모두 경험하길 권하고 싶다.
이와 함께 17인치의 휠도 다소 애매하게 느껴진다. 주행을 하면서 재가속, 혹은 언덕 등을 오를 때 ‘차라리 15인치 혹은 16인치 휠 타이어를 선택했다면 조금 더 경쾌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점: 작은 차체에서 느껴지는 드라이빙의 즐거움
아쉬운점: 차량의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타이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르노 클리오
르노 클리오와 함께 하는 시간은 무척 즐거웠다.
꼭 빠른 속도로 달리지 않더라도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고 프랑스의 핸들링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존재였다. 그 때문에 르노 클리오로 원 메이크 레이스를 펼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솔린 모델의 부재가 다소 아쉽지만 ‘달리는 즐거움의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클리오였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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