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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정 협상서 EU 탈퇴ㆍ빚 탕감 주장... 정신 못차린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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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정 협상서 EU 탈퇴ㆍ빚 탕감 주장... 정신 못차린 포퓰리즘

입력
2018.05.16 17: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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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지난 3월 총선 후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14일 로마의 대통령궁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정당 연합체인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반체제정당인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의 모습. 로마=AP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지난 3월 총선 후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14일 로마의 대통령궁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정당 연합체인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반체제정당인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의 모습. 로마=AP 연합뉴스

서방 선진국 최초로 포퓰리즘을 표방한 집권 세력 탄생을 앞둔 이탈리아에서 제2의 브렉시트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반(反) 유럽연합(EU)을 기치로 선거에서 당선된 이들이 연정협상을 벌이며 주고 받은 문건에서 통화주권 회복 등을 검토하며 EU 탈퇴를 모색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가 커지자, 이들은 문건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오간 ‘초안’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유럽 국가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최근 연정협상을 타결한 유럽회의주의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M5S)과 극우 동맹(La Lega)의 연정 협상에서 오간 초안의 내용을 보도했다. 문건에는 경제 및 대외 정책 등 집권 청사진이 담겨 있는데, 한마디로 EU로부터 독자 노선을 걷자는 게 요지다. 두 정당은 공동정부 구성에 사실상 합의하고, 핵심 정책 프로그램을 두고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유럽중앙은행(ECB)에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2,500억 유로(318조원)탕감을 요구한 대목이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30%에 달하는 등 EU 회원국 가운데서 가장 높은 수준의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다. 채무 상환 부담을 EU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문건은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탈리아의 부채 비율이 10% 포인트이상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들은 문건에서 통화 주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유로 통화 체제를 대체할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EU에 예속된 경제 체제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각 회원국은 물론 ECB 차원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구제 금융 지원이나 재정 정책 관여를 금지하고 있는 EU 조약을 근거로 들었다. 두 정당 역시 해당 문건은 과거에 검토한 사안으로, “유로를 표준 통화로 삼는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부인했다. ECB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두 정당은 선거 당시에도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만큼, 이탈리아의 독자 행보는 시간 문제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빈곤층 소득 보장 및 소득세 인하 ▦연금 수령 범위 확대 등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경제 정책과 함께 EU의 대 러시아 제재 철회 등 친러 행보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난민 문제에 대한 EU의 소극적 태도가 이탈리아인들의 실망감과 분노를 키운 토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터키와 그리스 통로가 막히면서 아프리카 난민들이 이탈리아로 대거 몰린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나머지 회원국들에게 분담 수용 등을 요청했지만, EU가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미적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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