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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중재’ 어깨 무거워진 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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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중재’ 어깨 무거워진 문 대통령

입력
2018.05.16 17:4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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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회담 연기 유감” 신중대응

‘북미회담 재고려’에도 반응 자제

靑 “좋은 결과 얻기 위한 진통”

비공식 채널 통해 중재역할 집중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고영권 기자

북미 정상회담 성공 길잡이로 나선 한국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전격 취소에 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로 비핵화 협상 파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22일 한미 정상회담과 남북 간 비공식 협의채널을 통해 북미 중재에 속도를 내기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16일 예정됐던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통보로 취소되자 의도 파악에 주력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이 발생한 다음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통일, 외교, 국방 등 관련 부처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 긴밀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관급이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는 열지 않았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도 당분간 쓸 계획은 없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처럼 긴급 대응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대신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대응 수위를 조율했다. 통일부는 입장문에서 “회담 연기는 판문점선언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유감”이라면서도 “북측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남북 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제기한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 문제를 논의하려면 남북 군사회담이 필요하고, 이런 회담 일정을 잡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여기에 이날 오전 김계관 제1부상의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언급까지 공개되자 정부는 더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돌발변수가 남북관계와 북미협상에 악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했으나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북한의 일방통행 행태를 그냥 수용만 해서는 보수여론의 역공에 시달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공식 대응을 할 상황도 아니라는 판단이 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후 늦게 낸 입장문에서 “현재 상황은 오전과 별반 다르지 않고,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고, 진전된 상황도 없다”며 “다만 지금의 상황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중재자 역할에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야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도 “전세계가 한마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오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북미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경 발언 등에 대해선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취소하는 등 강공을 펼칠 빌미를 제공했다며 정부 내에서도 불편해 하는 기류가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가급적이면 수위와 톤 조절을 통해서 무난하게 북미회담이 흘러가길 바라는데, 자칫 볼턴 보좌관 발언이 오해를 만들어내서 혹시나 북미가 삐걱거리게 되는 상황을 정부는 우려해왔다”고 전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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