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총선 압승으로 말레이시아 총리 자리에 복귀한 노정객 마하티르 모하마드(93)에 이어 차기 총리직을 사실상 예약해 둔 안와르 이브라힘(71)이 16일(현지시간) 사면ㆍ석방됐다. 2015년 동성애 혐의로 징역 5년형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해 온 안와르는 곧 보궐선거를 통해 하원의원으로 정계 복귀를 한 뒤, 이르면 1년 후쯤 마하티르로부터 총리직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감 도중 어깨수술을 받고 쿠알라룸푸르 시내 병원에서 요양 중이던 안와르는 이날 낮 왕실의 사면ㆍ석방 명령과 함께 퇴원했다. 그는 곧바로 술탄 무하마드 5세 국왕을 알현했다. 앞서 마하티르 신임 총리는 지난 11일 “국왕이 안와르에 대한 완전하고 즉각적인 사면에 동의했다”고 그의 석방을 예고한 바 있다.
이로써 ‘롤러코스터’와 같던 안와르의 정치인생도 다시 가속 페달을 밟게 됐다. 말레이시아 최장수 총리였던 마하티르의 1차 집권기(1981~2003년) 동안 안와르는 ‘마하티르의 후계자’로 꼽히며 부총리에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998년 전격 경질됐다.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과 관련해 마하티르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였다. 이때부터 부패ㆍ동성애 사범으로 몰려 수 차례 옥고를 치른 그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2015년 동성애 혐의에서 유죄가 확정돼 재수감됐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 20년간 적대 관계였던 마하티르와 극적으로 화해했다. 그리고 지난 9일 총선에서 안와르 대신 야권연합 희망연대(PH)를 이끌었던 마하티르는 기존 집권연합인 국민전선(BN)을 누르고 15년 만에 총리직을 다시 꿰찼다.
안와르의 총리 취임 시기는 1, 2년 후일 것으로 보인다. 총선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부를 구성해 정상 궤도에 올리면 안와르에게 총리직을 물려 줄 것”이라고 공언한 마하티르는 1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동영상 인터뷰에서도 이런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안와르도 WSJ에 “시급한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이 마하티르 총리에게 주어져야 한다. 1년이 될지, 조금 더 걸릴지는 그에게 달려 있으며, 나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나집 라작 전 총리에 대한 형사 고발이 곧 취해질 것이라면서 “(나집과의) 거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집 전 총리는 2015년 국영투자기업 1DMB를 통해 7억달러(약 7,157억원)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최근 당국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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