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일방적 비핵화 요구”를 규탄하며 정상회담 개최마저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자 미국 네티즌들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꺾였다. 언론사 홈페이지의 댓글란의 여론은 크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회담을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반트럼프 성향 네티즌들의 비판과, “트럼프를 믿는다”라는 트럼프 지지 성향 네티즌의 의견으로 양분됐다.
트럼프 정부 비판의 선두에 서 있는 자유주의 성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남북회담 중단 통보 소식을 전한 후, 미국을 겨냥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성명도 같은 기사에 추가해 전했다. 이 기사의 덧글은 계속해서 쌓여 5,000개를 넘어섰다. 내치 등에서 위기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서두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작전’에 휘말렸다며 ‘트럼프 무능론’을 주장하는 덧글이 주류를 이뤘다.
“뚱보(트럼프)가 꼬마 독재자(김정은)의 장단에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보자”(bluewave) “우리의 친애하는 대통령(our dear President, 반어적 표현)에 대한 조종이 시작됐다”(crashcart) 같은 덧글이 높은 지지를 얻었다.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나 그랬듯 미국의 이익 대신 자기 이익만 추구할 것”(nalosp)이라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북미 회담에 앞서 이란 핵 합의를 무너트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누가 거짓말쟁이 대통령과 협상을 하겠나”(marcus s)라고 지적하는 덧글도 있었다.
반면 시장주의 보수 성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독자 덧글 가운데는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로 북한의 위협을 무시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흔한 북한의 수법이다. 존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이고 트럼프가 대통령인 게 다행이다. 쓸모 없는 노력을 기울이라고 해라. 우린 협상 안 하면 그만이다”(Bill O’conner) “북한이 당연히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버락) 오바마라면 건넸을 10억달러를 못 받았기 때문이다”(Ian Allen)이라는 덧글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런 지지자들의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내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연결돼 있다. 지난 10일 인디애나주 엘크하트에서 열린 공화당 집회에서 자신은 북한 억류자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오바마는 2016년 인질을 되찾으려 이란에 18억달러를 보냈다”고 비판했는데, 이는 트럼프 자신의 업적을 높이고 이란 핵 합의를 깎아 내리기 위한 주장이다. 2016년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은 이 18억달러가 1979년 이전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지불한 후, 외교 관계 단절로 동결 상태에 있던 무기 대금 4억달러와 그 이자라고 해명했다.
미국 네티즌들이 북한의 움직임을 자신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맞춰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가운데,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고 냉철한 전망으로 멀리 봐야 할 시점”(Michael Wiley, WSJ 독자)이라는 덧글처럼 양쪽 모두 미국과 북한의 ‘대타협’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든 모습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