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위성 사진 분석 결과
북∙서∙남쪽 이동식 건물 철거
통일부 “북, 남측 기자단 초청”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에 대한 폐기 작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북한 정권이 예고한대로 23~25일 대대적인 폭파 행사에 맞춰 가동이 가능한 핵심 갱도와 건물은 여전히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4일(현지시간)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와 부속 건물에 대해 이달 초부터 폐기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매체가 공개한 지난 7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상업용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쪽과 서쪽, 남쪽 갱도 주변에 있던 이동식 건물들이 철거됐다.
또 갱도 입구에서 갱도 밖 야적장으로 이어진 광차(鑛車) 이동용 레일이 일부 제거됐고, 갱도 주변에 있던 광차들도 쓰러져 있거나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38노스는 “사진 판독 결과, 북쪽 갱도 입구 쪽에 있던 간이 건물이 사라졌다”며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폐기 절차에 들어갔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간이 건물들이 철거된 것과는 달리 지휘센터와 행정지원 구역에 있는 핵심시설과 건물은 여전히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다.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이 공언했던 가동이 가능한 주요 갱도의 입구도 봉쇄되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지휘센터와 운영 인력이 머무는 막사 등에서는 인적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시설은 온전한 상태이지만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38노스는 이와 관련, “북한 외무성이 지난 1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밝힌 폐기 방식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당시 북한 외무성은 “모든 갱도를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와 연구소들, 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외국 언론이 지켜보는 앞에서 갱도와 주요 건물을 폭파 및 철거하기 위해 핵심 시설은 남겨뒀지만, 상주하던 관리 인력 대부분이 이미 철수된 상태라는 것이다.
38노스는 미국 정보당국의 별도 자료를 인용, 풍계리 갱도와 주변 시설에 관측용 및 전력 공급을 위해 설치됐던 주요 전선도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이달 23일부터 25일 사이 진행되는 북부(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의식에 남측 1개 통신사와 1개 방송사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초청된 기자들은 22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통해 방북, 26일이나 27일 귀환할 예정이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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