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마감 뒤 접수ㆍ면접 불참에도
점수 조작 등으로 24명 부정채용
노조위원장은 청탁받고 1억 뒷돈
수서고속철도(SR) 임직원과 노동조합 간부가 청탁을 받고 신입ㆍ경력 직원으로 수년간 20여명을 부정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SR 전 영업본부장 김모(58)씨와 전 인사팀장 박모(47)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노조위원장 이모(52)씨와 김복환 전 대표 등 관계자 1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수 차례 이뤄진 SR 신입ㆍ경력 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서류 점수를 조작하거나 점수가 높은 다른 지원자들을 이유 없이 탈락시키는 등 방법으로 총 24명을 부정 채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 영업본부장 김씨 등 임원진들은 “지인, 친인척을 합격시키라”고 인사팀에 지시했고, 전 인사팀장 박씨는 면접 전에 청탁 대상자 이름과 함께 누가 청탁했는지 알 수 있는 ‘영’(영업본부장) ‘비’(비서실) ‘수’(수송처장) 등 약자가 붙은 명단을 관리해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한 임원은 자신의 단골 식당 주인의 딸을 채용하기 위해 서류 접수시간이 끝났는데도 외국어 성적증명서를 인사팀에 건네줬고, 인사팀에서는 면접점수를 조작해 채용했다. 심지어 서류점수가 미달하자 상위 점수 지원자들을 고의로 떨어뜨린 뒤 청탁 받은 지원자의 서류점수를 105등에서 73등으로 조정해 합격시킨 사례도 있다. 한 청탁 대상자는 아예 면접에 불참하고도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SR의 부정 채용 때문에 서류와 면접 단계에서 이유 없이 탈락한 지원자가 총 105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노조위원장 이씨가 지인 등 11명으로부터 “자녀들을 합격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전 인사팀장 박씨에게 명단을 전달해주는 대가로 총 1억230만원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노조위원장 신분인 이씨는 근로기준법 위반이지만 해당 수사권이 경찰에 없어 검찰로 송치된 뒤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경찰은 이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해 조사 중이다.
SR은 이날 공식 사과문을 통해 “수사 결과에 무겁게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정부 방침에 따라 향후 기소되는 채용 비리 연루 직원 및 부정 합격 직원을 즉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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