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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0’ 깜짝발탁의 역사…1998 이동국, 2018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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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0’ 깜짝발탁의 역사…1998 이동국, 2018 이승우

입력
2018.05.15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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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민첩한 이승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이승우 “1분이라도 주어지면 모든 것 걸고 뛴다”

이승우(오른쪽)가 지난 해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당시 사령탑 신태용 감독 품에 안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승우(오른쪽)가 지난 해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당시 사령탑 신태용 감독 품에 안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년 전인 1998년 5월 1일, 대한축구협회는 한 달 뒤 열릴 프랑스월드컵에 출전할 22명의 엔트리를 확정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그 해 초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프로축구 포항에 입단한 ‘고졸루키’ 이동국(39ㆍ전북)의 발탁이었다. 그 전까지 A매치 출전 경험이 아예 없던 만 19세에 불과한 이동국을 뽑은 배경에 대해 당시 사령탑 차범근(65) 전 국가대표 감독은 “이동국은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선수다. 월드컵에 다녀오면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년이 지나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신태용호에도 깜짝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승우(20ㆍ베로나)다.

신태용(49) 축구대표감독이 14일 28명의 소집 명단을 직접 발표할 때 이승우 얼굴이 화면에 뜨자 취재진이 크게 술렁였다. 스페인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일찌감치 주목 받았지만 국가대표는 물론 올림픽대표에도 뽑힌 적 없던 그를 선발한 건 파격이다.

물론 이승우의 러시아행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이날 발표한 28명중 5명은 탈락하고 23명만 다음 달 3일 오스트리아 전훈지로 출국한다. 그러나 여러 측면을 고려해볼 때 그가 날개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최종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승우의 이름이 호명되자 100여 명의 취재진이 크게 술렁일 정도로 ‘깜짝 발탁’이었다. 류효진 기자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최종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승우의 이름이 호명되자 100여 명의 취재진이 크게 술렁일 정도로 ‘깜짝 발탁’이었다. 류효진 기자

지난 해 20세 이하 월드컵대표팀 감독 당시 이승우를 중용했던 신 감독은 “이승우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만날 스웨덴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며 이승우를 요긴하게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뒤로 파고드는 민첩한 동작이나 문전에서 많은 반칙을 얻어낼 수 있는 점 등이 상대를 교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이승우는 볼을 몰고 달릴 수 있는, 현재 한국 선수들 중 보기 드문 스타일”이라며 “후반에 조커로 투입돼 상대에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8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당시 교체로 들어간 이동국이 날린 회심의 중거리 슈팅. 유튜브 화면 캡처
1998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당시 교체로 들어간 이동국이 날린 회심의 중거리 슈팅. 유튜브 화면 캡처

20년 전 차범근호는 본선에서 1무2패로 부진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네덜란드와 2차전 때 크게 뒤지던 후반 막판 교체로 들어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날린 강력한 중거리 슈팅은 골대 위로 살짝 벗어났지만 팬들에게 한 가닥 위안을 줬다. 이동국은 이후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불혹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뽐내며 ‘한국 축구의 전설’이 됐다. 차 전 감독은 “그 때 이동국을 뽑는다고 했더니 여기저기서 반대를 너무 많이 해 진땀을 흘렸다”고 회상하면서도 이동국의 성장을 보며 지금도 흐뭇해 한다.

축구계는 이번에는 이승우가 신태용호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승우는 첫 대표팀 발탁 소감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감사하다. 최고의 선수들만 모여있는 곳이니 형들에게 많이 배우고 발전하겠다. 주어진 시간 경쟁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매 경기 뛰었다.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증명해 보이겠다. 1분이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든 것을 걸고 뛰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잊지 않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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