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주52시간 시행으로
정규직인 집배원 근로시간 줄어
처리 못한 토요일 배달 등 물량
특수고용직 택배원에 떠넘기고
시간 걸리는 주택으로 구역 조정도
올해 7월부터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긴커녕 오히려 늘어나 고민이 깊은 이들이 있다.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근로자’다.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탓에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 직격탄을 맞은 게 우정사업본부 위탁택배 근로자. 정규직 집배원들이 근로시간이 줄어 소화 못하는 택배물량을 특수고용직인 이들에게 떠넘기고 있어서다. 을(乙)보다 더욱 취약한 병(丙)의 처지의 근로자들에게 ‘근로시간 밀어내기’가 이뤄지는 셈이다.
14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 모인 350여명의 위탁택배 근로자(위탁 택배원)들은 한 목소리로 “토요택배 위탁전가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우체국에서 배송을 담당하는 근로자는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인 집배원과 물류업체와 계약한 위탁 택배원으로 나뉜다. 연이은 집배원들의 과로사에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7월 1일까지 토요 배달을 순차 폐지하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토요 배달을 비롯한 나머지 배송 물량을 위탁 택배원에게 넘기면서 이들의 근무강도가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위탁 택배원은 물량에 따라 건당 수수료를 받지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물량이 과도하게 쏟아지고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은 “토요 배달을 시범 폐지한 일부 지역에서는 밤 11시까지 일해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7월부터 토요 배송이 전면 폐지되면 이런 사례가 빈번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집배원의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단지와 같이 배송시간이 비교적 적게 드는 구역은 집배원에게 주고 주택 단지는 위탁 택배원에게 배정하는 구역 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위탁 택배원을 증원했고 향후에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노조에서는 정규직인 집배원 대신 비정규직인 위탁 택배원을 늘리는 방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진 본부장은 “올해 서울청과 충청청 등 일부 지방우정청에서는 집배원 인력 충원 계획이 아예 없다”면서 “집배원 주 52시간제를 위해 비정규직인 특수고용직이 더 늘어나게 되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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