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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적폐청산 시동... 친 나집 세력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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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적폐청산 시동... 친 나집 세력은 떨고 있다

입력
2018.05.14 17:5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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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총선 후 첫 금융 외환 거래

주식시장 하락 상승 요동 불구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안정화

구정권 인연 깊은 기업 주가 하락

CEO "지지 후회" 진화 나서기도

나집 전 총리 부부 출국금지 조치

경찰, 머물던 아파트 압수수색도

나집 라작 전 말레이상 총리의 가족이 머물던 고급 주택에 대한 압수 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지난 12일 경찰들이 현장으로 연결되는 길을 막고 있다. 쿠알라루푸르=AP 연합뉴스
나집 라작 전 말레이상 총리의 가족이 머물던 고급 주택에 대한 압수 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지난 12일 경찰들이 현장으로 연결되는 길을 막고 있다. 쿠알라루푸르=AP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한 노정객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적폐청산에 시동을 건 가운데, 선거 후 6일만에 일상으로 복귀한 말레이시아가 큰 혼란 없이 ‘새 시대’를 시작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61년 동안 말레이시아를 통치하던 국민전선(BN)이 물러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려한 것과 달리, 금융ㆍ외환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총선 후 처음 문을 연 14일 말레이시아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출발했지만 곧 회복했다. 링깃화는 시장이 열리자마자 4개월 내 최저인 달러당 3.98링깃까지 하락했지만 오후 3시무렵에는 3.95링깃으로 빠르게 반등해 안정을 되찾았다. 주말을 끼고 6일 만에 문을 연 주식시장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개장과 동시에 2.4% 하락했던 말레이시아 주가지수(KLCI)는 개장 30분 만에 1% 넘게 뛰어 올랐고, 오후 3시30분 현재 직전 거래일 대비 0.48% 오른 1855.33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적 지탄을 받은 과거 정권과 결탁한 것으로 의심받는 기업들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12% 급락해 출발한 CIMB그룹홀딩스는 오후 3시30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7.25% 내렸다. 말레이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CIBM는 나집 라작 전 총리의 남동생인 나지르 라작이 이끌고 있다. 나지르는 지난 11일 나집 총리의 패배를 확인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동남아의 대표적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아시아그룹도 과거 정권과의 인연 때문에 떨고 있다. 이날 주가도 3시30분 현재 4%나 하락했다. 이 회사의 토니 페르난데스 최고경영자(CEO)는 총선 직전 동영상을 통해 나집 전 총리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이날 주가가 폭락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판단 착오였다. 나집을 지지했던 것을 후회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최고경영자가 고문역으로 새 정부에 합류한 개발사 PPB그룹은 8.3% 상승으로 출발한 뒤 3시30분 현재 4.28% 상승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금융시장 모습은 61년 만의 첫 정권교체라는 충격을 말레이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쉽게 극복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블룸버그 출신의 정치평론가 하삿 자리프는 “새로 집권한 세력이 공휴일 지정을 통해 시간을 확보한 뒤 기업친화 정책을 직접 약속하고 신속하게 주요 내각을 구성하는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9일 총선 직후 총선 개표에서 승리가 확실시 되자 10, 11일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한 바 있다.

한편 마하티르 총리는 앞서 취임 이틀만인 지난 12일 나집 전 총리 부부의 출국금지를 지시하면 적폐 청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경찰은 나집 전 총리 가족들이 머물던 고급 아파트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고영경 말레이시아 UNITAR 대학교 교수는 “시장 우려와 달리 순탄한 출발을 한 것은 적폐청산을 통해 반부패ㆍ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그러나 “재화용역세(GST) 철폐, 연료보조금 지급 등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아직은 관망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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