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체불 등 문제 잇달아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일본 병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진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 의료계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치료비 미납과 언어 장벽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경우도 속출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869만명. 2012년(836만명)과 비교하면 5년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東京) 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4,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려면 먼저 해결할 문제가 있다. 바로 외국 관광객 환자다. 2017~2018년 관광청 조사에 따르면 관광객 중 6%가 여행 도중 병이나 부상을 당해 의료기관을 찾았다. 또 2016년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를 진찰한 1,378곳의 의료기관 중 35%가 과거 1년 간 진료비 체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조사에서는 외국인 환자로부터 받지 못한 진료비가 9,000만엔(약 8억7,875만원)에 이르는 병원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도쿄를 방문한 20대 태국 여성 관광객은 허혈성신부전으로 쓰러져 대학병원에서 5차례 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1,500만엔(1억4,641만원)에 이르는 병원비가 문제였다. 외국인 관광객인지라 일본의 공적보험 적용 대상이 아닐뿐더러 민간 여행자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국 대사관 측이 800만엔(약 7,808만원)을 대납했고, 본인이 조금씩 갚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거액의 미수금을 떠안게 된 것은 병원 몫이었다.
언어 장벽에 따른 비용도 문제다. 의료진과 외국인의 의사소통을 위해 스마트폰의 통역 앱 등을 이용하다 보니 통상 5분 걸리는 진찰시간이 20분 이상 소요됐다. 이로 인해 내국인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관광객이 많은 오키나와(沖縄)현 의사회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긴급 후송 등 영사관과 연락해야 하는 사무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본 정부는 이달 중 종합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자 보험가입을 권유하고, 입국 이후에도 가입 가능한 상품을 주지시킬 방침이다. 또 진료비 체불 경험이 있거나 미지급 우려가 있는 관광객은 재입국을 거부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의료 통역사를 육성하고, 외국인 대응에 드는 비용을 치료비에 추가해 청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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