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 등으로 빌린 기타대출이 전월 대비 5조원이나 늘었다. 특히 은행 기타대출 증가액(2조7,000억원)은 4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였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억제책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늘리는 ‘풍선효과’로 이어지며 주춤했던 가계빚 증가세도 도로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14일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잔액 기준)은 전월 대비 7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0월(10조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증가액과는 동일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 증가액이 4조9,000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2조4,000억원)의 두 배 이상이었다. 전 금융권 가계 기타대출 증가 규모도 2016년 8월(+6조5,000억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대다. 은행 기타대출은 전월보다 2조7,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이래 4월 증가액으로 가장 컸다. 제2금융권 기타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이었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이 9,000억원 늘었고,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사 등) 7,000억원, 보험사 4,000억원, 저축은행 2,000억원이 각각 늘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규제 영향으로 은행에서만 2조4,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분(2조8,000억원)보다 감소한 수치다.
당국은 가계 기타대출 확대 요인으로 계절적 요인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보험계약대출ㆍ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영업 확대, 주식시장 투자 수요 등을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4월은 이사철이라 입주 관련 생활자금이 발생하는 등 통상 1~3월에 비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주택거래에 따른 가계 자금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도입으로 주택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대출 등을 통해 이를 충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신규 아파트 분양에 따른 계약금 수요, 아파트 재건축 사업 진척에 따른 이주비 수요 등이 가계 기타대출을 불렸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5만6,450가구로, 지난해 4월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신용대출 영업을 강화한 점도 가계 기타대출이 급증한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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