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이달말부터 10% 할인 등
일회용컵 35% 줄이기로 밝혔지만
2009년부터 이미 혜택 시행
이용률 겨우 1~2% 수준 그쳐
시작도 전에 효과 의문 목소리
직장인 윤모(34)씨는 얼마 전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에 있는 A커피전문점에 텀블러를 가져갔지만 아무런 할인을 받지 못했다. 해당 점포에는 ‘개인 머그컵이나 텀블러 사용시, 일회용컵 10개 반납시 제조음료를 300원 할인한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윤씨는 A브랜드 다른 매장에서는 할인을 받은 적이 있어 점원에게 문의했더니 “특수상권(고속도로휴게소, 놀이공원, 한강공원 등)의 특수점포라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며, 안내 문구는 다른 점포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윤씨는 “나라도 일회용품 이용을 줄여보자는 생각에 귀찮지만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데, 할인 안내 문구까지 있는 매장에서 특수매장이라는 이유로 할인을 해주지 않는 게 황당했다”고 말했다. 본사 측은 “본사는 지침을 내릴 뿐 시행여부는 가맹점주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가맹점주에게 할인혜택을 강제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최근 재활용품 종합대책의 하나로 이달 말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12곳과 자발적 협약을 맺고 텀블러를 가져오면 10% 수준의 가격을 할인해주거나 매장 내에서 머그컵을 이용하면 리필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15년 61억개에 달하는 일회용컵 사용량을 오는 2022년까지 35%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하기도 전부터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환경부와 업계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은 이미 2009년부터 자발적 협약을 맺고 업체별로 텀블러를 가져가면 100~3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하지만 주요 커피전문점에서 텀블러 이용률은 매우 저조하다. 스타벅스의 경우 연간 1억5,000만잔 가량 판매하는데 지난해 텀블러 이용은 380만잔에 불과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라지만 그래도 2.5% 수준에 불과하다. 엔제리너스의 경우 지난해 텀블러 이용이 3만잔으로 1%에도 한참 못미쳤다. 일회용컵 10개를 가져오면 제조음료 300원을 할인해주는 서비스 이용률은 다회용컵 이용률보다도 더 낮았다. 지난해 스타벅스에서 10개를 가져온 고객은 고작 10만명에 그쳤다. 이용객들이 많이 찾는 음료인 아메리카노(대표 커피전문점 가격 4,100원)의 경우 10% 수준의 할인혜택을 준다 해도 400원 가량. 지금도 300원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는데 100원 더 올려준다고 이용률이 높아질 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스타벅스를 제외한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등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직영이 아닌 가맹점 비율이 90%를 넘는다. 본사는 텀블러나 적립카드 할인 등 지침을 내릴 수는 있어도 가맹점주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지금도 특수점포를 비롯해 일부 가맹점주들이 할인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데 할인혜택을 높이는 것에 대해 가맹점주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영이든 가맹이든 할인이나 리필 혜택을 제공하게 되면 본사나 가맹점주들이 수익감소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며 “조만간 환경부와 할인대상이나 할인율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어느 점포에 가도 10% 할인혜택을 주는 것으로 발표돼 다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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