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만 70세로 임명 당시 나이 기준으로 역대 금감원장 중 최고령이다. 그러나 그의 나이가 금감원장직 수행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오히려 “재벌들과 관료들이 늑대(김기식 전 원장)를 피하려다 호랑이(윤 원장)을 만났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금융개혁 적임자란 기대를 받고 있다.
윤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호랑이 원장’으로 불리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그의 개혁 성향 덕분이다. 학자 출신인 그는 교수 시절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미스터 쓴소리’로 통했다. 현 정부에선 금융위원회 정책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금융ㆍ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 개혁 정책을 정부에 대거 제안했는데, 이 회장 차명계좌에 실제 과징금이 부과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재야 시절 윤 원장은 관치(官治) 금융에 특히 날을 세우며 금융위원회 해체를 주장했던 적도 있다. 금감원장이 되고 나선 “금융위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지난 8일 취임식에서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관치 금융에 대한 여전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그가 개혁 성향이긴 하지만 그간 학계에 머무르며 정책 제안자 역할만 해온 만큼 금융검찰 수장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앞서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도 개혁인사로 분류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조기 낙마했다. 게다가 윤 원장 앞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첫 과제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 부풀리기 의혹을 두고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금감원이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그의 개혁 의지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