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간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자 앙심을 품고 살고 있던 다세대주택에 불을 지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밤 시간인데다 화재에 취약한 낡은 건물이어서 자칫 대형 인명참사로 번질 수도 있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10일 오후 10시 13분쯤 동작구 흑석동 3층 다세대주택 2층 복도에 휘발유로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상)로 A(50)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이 불로 5가구와 1·3층 복도 일부가 불에 탔다. 건물 안에 있던 10명 중 3명이 부상을 입었고, 1명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오후 11시쯤 화재 현장 부근 골목에서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월세를 내지 못해 8일 쫓겨나게 됐고, 이에 집주인에게 앙심을 품고 불을 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016년 4월부터 이곳에서 살던 A씨가 월세 8만원을 1년 동안 내지 못했고, 이에 집주인이 집 안 물건을 밖으로 끄집어내자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식당 종업원 등의 일을 해 오다 최근에는 무직 상태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난 건물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건물로 스프링클러 등 기본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통이 넘어지면서 새나간 휘발유에 불을 붙인 것”이라며 “휘발유를 의도적으로 여러 곳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면 대형 화재로도 번졌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올 1월 50대 남성이 서울 종로구 한 여관에서 성매매 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휘발유를 1층 복도에 뿌리고 불을 질러 6명이 사망하는 등 10명의 사상자를 낸 바 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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