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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승민의 무리수

입력
2018.05.11 18: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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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은 유승민과 안철수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지만 의석수(9석, 21석)로 보면 유승민에게 남는 장사였다. ‘개혁보수의 대표주자’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2월 바른미래당 출범 당시 보인 10% 넘는 지지율은 유승민의 중도ㆍ실용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5%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종교배’의 정치실험이란 당초 우려대로 대북정책 등 정체성에서의 간극이 발목을 잡았다.

▦ 안보에 있어 보수를 지향하는 유 공동대표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에 대해 “과거 남북합의보다 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혹평했다. 앞서 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 제의에는 “북핵 해결 못하고 한미동맹 무너뜨리는 회담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했다. 분명한 성과가 있는데도 깎아 내리는 모습은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반면 호남 출신 박주선 공동대표는 “남북한 최고지도자의 모습에서 국민은 감동과 흥분을 느꼈다”는 긍정적 입장을 내놔 ‘한 지붕 두 가족’의 갈등상만 노출됐다.

▦ 정국 최대 이슈인 ‘드루킹 사건’에서도 유 공동대표는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드루킹 게이트 특검 수사대상이 돼야 한다”고 포문을 열더니 11일에는 “특검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대선불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똑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성역 없는 특검’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 당내에서조차 제기된다. 천막농성에 원내대표 단식까지 강경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에 가려 존재감을 잃자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 유 공동대표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호남의 ‘합리적 중도’와 영남의 ‘개혁적 보수’의 결합을 표방해왔다. 하지만 제3의 ‘대안 야당’이라는 간판은 사라지고 ‘자유한국당의 2중대’라는 기형적 모습만 두드러진다. 당내에서는 “유 공동대표가 전문분야인 경제 문제만 전념하고 안보 이슈에는 발언을 자제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유 공동대표는 지방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낙선하면 당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도 대안세력으로서의 독자생존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유승민의 미래는 어둡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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