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수상 가지타 교수
서울시립대 개교 100주년 특강
중성미자 관측 수십m 거대장치
日정부의 도움 받아 만들어
“대학 법인화 이후 연구비 경쟁
日 과학 경쟁력 점점 떨어져”
“기초과학 연구는 관측이 필요하고,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장치 없이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국가가 그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고 전적으로 지원해주었기에 노벨상 수상도 가능했습니다.”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일본 도쿄대 특별영예교수는 11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특강이 끝나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립대 개교 100주년과 한일연구자교류협회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날 특강은 연구자들과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학생 등이 모여 300석 규모 강연장이 꽉 찰 정도로 높은 열기를 보였다.
가지타 교수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인 중성미자의 진동을 발견하고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음을 밝혀낸 공로로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다. 중성미자는 우주가 처음 생겨날 때 생긴 입자로,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고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도 거의 하지 않아 ‘유령입자’로 불렸다. 때문에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왔으며, 이 중성미자의 존재와 질량을 확인하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오래된 과제였다.
가지타 교수는 노벨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낸 이 같은 발견에는 무엇보다 “순수하게, 눈앞의 자연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 궁금증”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이 같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원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가지타 교수가 중성미자를 관측한 데 사용한 직경 39m, 높이 42m의 거대 수조 ‘슈퍼 가미오칸데(Super-Kamiokande)’는 일본 정부의 도움을 받아서 건축된 바 있다.
이번 방문에 한국 정부 관계자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밝힌 가지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역시 기초과학 연구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계획 중에 있다고 들었다”면서 “연구자 위주의 양적지원이 이뤄진다면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노벨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지타 교수는 과거와 달리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일본의 기초과학 경쟁력에 대해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2004년 도쿄대 법인화 이후로 연구비 경쟁, 연구자 평가 시스템이 적용돼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악화됐고 이는 자연히 연구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한 가지타 교수는 “대학교 예산이 줄어들면서 그 해결책으로 연구자, 그 중에서도 특히 젊은 연구자들을 줄이거나 단기 고용의 방식을 택해왔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결국 기초과학 연구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초과학 연구가 왜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는 “기초과학은 무엇보다 인류 전체 복지에 기여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전과 달리 대학원을 통해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나 상황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학생들이 깨닫고 이 세계에 뛰어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한편 ‘기초과학 연구와 학술교류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특강에는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바른미래당 김삼화 국회의원, 김준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부의장, 이에 야스히로 일본학술진흥회(JSPS) 이사 등이 참석했다. 특강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아리모토 노부오 서울대 객원교수,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차례로 강연하고 패널토론을 이어갔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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