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바닥 제왕의 무기 ‘리턴’
클레이코트서 50세트 연승 신기록
매켄로의 단일 세트 연승 기록 깨
서브에이스 평균 3.5개 82위지만
리턴 승률은 48.9%로 압도적 1위
상대 강서브 뒤로 물러나 받은 후
빠른 발로 끈질긴 승부 점수 따내
라파엘 나달(32ㆍ랭킹 1위ㆍ스페인)이 클레이코트에서 50세트 연속 승리를 기록하며 단일 코트 연속 세트 승리 신기록을 작성했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나달을 두고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달은 11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무투아 마드리드오픈 단식 3회전에서 디에고 슈바르츠만(26ㆍ16위ㆍ아르헨티나)을 2-0(6-3 6-4)으로 눌렀다. 지난해 5월 로마 마스터스 8강전 패배 이후 클레이코트 경기 21연승, 50세트 연속 승리 가도를 달렸다. 이는 존 매켄로(59ㆍ미국ㆍ은퇴)가 1984년 수립한 49세트 연속 승리를 뛰어 넘은 신기록이다.
이처럼 나달이 클레이 코트에서 펄펄 날 수 있는 원동력은 리턴 게임 승률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비스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되는 현대 테니스에서 나달의 서브는 비교적 열세에 놓여 있다. 11일 ATP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나달의 첫 서브 승률은 73.5%로 35위, 경기당 평균 서브에이스는 3.5개로 82위에 불과하다. 나달이 강점을 보이는 클레이 코트로 한정해도 첫 서브 승률은 34위로 큰 차이가 없다. 서비스 위력만 놓고 보면 도저히 적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현재 그의 기량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나달의 저력은 리턴 게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클레이 코트에서 나달의 첫 서브 리턴 승률은 42.2%로 압도적 1위다. 두 번째 서브 리턴 승률 역시 60%로 1위, 리턴 게임 승률은 48.9%로 2위 리샤르 가스케(31ㆍ29위ㆍ프랑스)를 8.2%포인트 앞선 압도적 1위다. 테니스 경기에서 리턴 게임은 일반적으로 매우 불리하다. 톱 랭커의 경우 첫 서브 시속이 220㎞를 넘나드는데다 방향 예측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서브를 리턴할 때 선수들은 라켓을 갖다 대기 바쁘기 때문에 방어적일 수 밖에 없다. 클레이 코트 위에 선 나달이 무려 10번 중 5번 꼴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해내는 것이 고스란히 신기록 수립으로도 이어진 셈이다.
클레이 코트에서 나달이 리턴 게임을 수행하는 방식은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 그는 베이스라인 바깥으로 한참 물러서서 서브를 받는다. 공이 바닥에 튕긴 뒤 속도가 감소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위치다. 이 위치에서 그는 힘껏 감은 풀 스윙으로 반격을 가한다. 또한 그는 특유의 빠른 발을 활용해 넓은 코트를 커버하고 끈질긴 승부를 펼쳐 상대방을 지치게 만든다. 이를 통해 나달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브를 보완해 클레이 코트 절대강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ATP는 “클레이코트에서 나달을 상대로 서브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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