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8년만에 이뤄진 총리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중일관계 회복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 확대와 자유무역 지지 우군 확보 등 실용적인 측면과 함께 한반도 정세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악화한 양국 관계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전날 도쿄 왕궁에서 아키히토(明仁) 일본 국왕과 만나 중일관계 정상화를 강조했다. 리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문안을 전하면서 “올해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방문이 조약의 정신을 되새기고 중일관계가 정상궤도에 복귀하며 새로운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참의원과 중의원 의장, 주요 정당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났다. 또 양국 지방 간 교류 촉진을 위해 홋카이도를 방문해서도 “중국은 일본과 함께 양국관계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지난 9일에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기고에서도 “중국과 일본은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하는 교차점에 있다”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을 관계 정상화의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실제로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에 2,000억위안(약 33조9,000억원) 규모의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한도를 부여했고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도 추진키로 했다.
최근까지도 중국이 과거사 문제와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두고 일본과 상당한 마찰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리 총리의 이번 행보에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감안해 자유무역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끌어내거나 일대일로의 외연 확장을 위한 제3국 공동진출 추진 등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이처럼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관계 복원을 추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패싱’(배제) 우려를 딛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 대북 경제지원 등 다양한 경로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패싱(배제) 우려가 큰 일본을 끌어들여 경제적 실리와 외교적 지반 확대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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