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간 역사인식ㆍ납치문제 포함 여부로 이견
리커창 수용에도 시진핑 승인 기다리느라 늦어져
일본, 과거사ㆍCVID 대신 납치문제 첫 명기 강조
지난 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의 공동성명 발표가 12시간이나 지연된 것은 역사인식에 대한 표현과 일본인 납치문제 포함 여부를 두고 중국과 일본 간 이견 때문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공동성명은 당초 오전 11시20분 3국 정상의 공동기자회견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문구 조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반나절이 지난 밤 11시50분쯤 발표됐다.
중국은 역사문제와 관련해 ‘(한중일 3국이)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로 전진한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길 요구했으나 일본이 거부했다. 그간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이 주최국일 때는 관련 문구가 포함됐지만 일본이 주최국일 때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였다. 대신 일본은 ‘미래지향’이란 표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로 전진한다’는 표현이 포함됐다. 양국은 결국 과거사 부분과 관련해선 ‘유구한 역사 및 영원한 미래를 공유하고 있는 것을 재확인한다’는 문구로 절충점을 찾았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절충된 문구를 수용했으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승인을 얻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양국은 또 납치문제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납치문제가 앞서 여섯 차례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에 포함된 적이 없는 데다 북일 간 문제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데 이어 내달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납치문제가 명기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납치문제와 관련해선 ‘대화를 통해 가능한 한 조속하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문구를 포함하는 것으로 의견을 좁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역사문제와 납치문제는 딜(거래)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납치문제 해결’이란 문구가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처음 언급된 것을 성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당초 일본이 요구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도 사전 조율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결과인 판문점 선언에서 사용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정리됐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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