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지지교수 명단에 포함된 사실 알려져
민족문제연구소, “국정화 지지 후보 용인 안 돼” 비판
최 후보 측 “명의 도용 의심된다”
세종시교육감 선거 보수권 대표 주자이자 최교진 현 교육감에 맞설 대항마로 떠오른 최태호 예비후보(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 지지 교수 명단’에 포함됐던 전력이 알려지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교육감 후보 자격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최 후보가 ‘명의 도용’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커지고 있다.
최 후보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10월 16일 발표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교수 102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명단에 포함된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박근혜 캠프ㆍ새누리당ㆍ뉴라이트 출신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교수들은 당시 성명을 통해 “역사 교육을 둘러싼 각종 분열과 다툼을 종식시키고,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친일 잔재 청산에 앞장서는 민족연구소 대전지부와 충남지부는 10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후보에 대해 후보 자격을 문제 삼으며 비판했다. 이 단체는 “박근혜 정권은 수구 보수 세력의 반민족적, 반민주적 족적을 지우기 위해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숨기는 ‘국정한국사교과서’를 만들었다”며 “최태호 교수가 국정화 지지선언을 한 대학교수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농단’이자 ‘교육농단’으로, 전국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반대했다”며 “최 교수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했다면 교육감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교과서 지지 선언 대학교수 명단에 포함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름을 올리겠다는 연락을 받은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후보는 “2015년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동의 과정 없이 사실상 ‘명의를 도용 당한 것’이라고 밝혔고, 뉴스타파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 후보는 당시 인터뷰에서 “성명서에 내 이름을 올리겠다는 연락은 받은 것은 없다. 그러나 내가 보수단체인 애국시민연대에서 활동을 많이 해왔는데 아마 그 쪽을 통해 이름이 올라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뉴스타파 측은 이에 대해 일부 교수들은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명단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인터뷰 등을 제시하며 지지모임이 국정화 반대에 대응해 급조된 정황이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러나 “최 후보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지 선언 명단에 포함됐다면 이를 지워달라는 공개적인 의사표명을 했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기본권 훼손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며 “최 후보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한 행동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며, 해명이 안 될 경우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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