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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핵 기술자 수천 명 해외이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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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핵 기술자 수천 명 해외이주 요구했다”

입력
2018.05.10 18: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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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핵실험 데이터 폐기 압박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교섭에서 북한에 핵 기술 인력의 해외 이주와 핵 개발과 관련한 데이터 삭제를 요구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위한 조치이나 당장 북미 정상회담에서 관철할 수 있는 카드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북한이 실시한 여섯 차례의 핵실험과 영변 핵 관련 시설에 대한 데이터의 폐기와 핵 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수 천명에 이르는 기술자들의 해외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북한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요구는 비핵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핵 실험 중지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에 응할 뜻을 보인 데 이어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선 북한이 핵 무기와 ICBM을 폐기한다고 해도 핵 개발 노하우를 갖기 때문에 언제라도 핵 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일 취임사에서 기존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 대신 PVID를 거론했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도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의 허들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또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를 요구하고 있고 장거리탄도미사일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인공위성을 탑재한 우주로켓 발사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할 때마다 핵 개발 인력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은 제기돼 왔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핵 문제는 재발할 수 있고 핵 개발 기술의 외부 유출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미국은 구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의 비핵화에 적용된 ‘넌-루가 프로그램’을 통해 핵 개발 인력에 대한 전직 훈련과 해외 취업을 알선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당시 우크라이나와 달리 이미 자체적인 핵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 입장에선 이들의 전직을 유도하기 보다 해외 이주를 요구하는 것이 보다 분명한 방법일수 있지만 북한으로선 수용하기 쉽지 않다. 아울러 비핵화 과정과 관련해 사찰과 검증, 과거 및 현재 핵 처리 등에 비해 개발 인력의 거취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관철시키기 보다 사전교섭에서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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