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액 경신 이어 지속 급증
건설경기 침체 등 주요 원인
道, 대책회의 상설화 등 추진
2월 2일 오전 제주 제주시 아라동 제주아라행복주택 신축 공사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밀린 임금을 달라며 농성을 벌였다. 경찰 등과 1시간 가량 대치하다 시행사인 제주도개발공사 담당자의 설득 끝에 농성을 풀었다. 제주개발공사가 원도급 건설업체에 공사비를 지출했지만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주지 않아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제주도청 앞에서는 건설노동자들이 모여 ‘제주 건설노동자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갖고 제주도에 체불임금 방지 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발주하는 관급공사 수행에 있어 불공정 하도급에 대한 단속지도 및 체불임금 예방 방안, 임금지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등 실질적인 내용의 체불임금 방지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며 촉구했다.
호황을 누리던 제주지역 건설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체불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체불임금이 150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액을 경신한 데 이어 올 들어 크게 늘고 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 임금체불액은 1,501개 사업장에서 4,727명이 임금을 받지 못해 152억2,6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중 건설업의 체불액은 73억8,300만원으로 전체 약 48%를 차지했다.
올해도 체불임금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체불금액은 54억2,2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억2,400만원에 비해 38.2% 증가했다. 체불액 중 임금이 지급돼 해결된 금액은 22억5,100만원, 사법처리는 23억8,700만원이다. 나머지 7억8,400만원은 처리 중인 상태다. 체불금액의 업종별 점유율을 보면 건설업의 52.9%를 차지했고, 이어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이 17.6%를 차지했다.
이 같은 체불임금 증가는 호황을 누렸던 건설경기가 최근 미분양주택 증가와 주택거래 감소 등으로 급격하게 침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지난해 사드 사태로 인해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숙박업소들이 매출 하락으로 인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도 체불임금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체불임금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제주도는 고용 유관기관과 경영단체, 노동단체 등 10개 기관과 함께 체불 임금 대책회의를 상설기구화해 운영키로 했다.
이를 위해 도는 먼저 체불 임금 대책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공고하고, 다음달까지 유관기관ㆍ단체와 업무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어 체불 임금 없는 관급공사 관리를 위한 전담반을 구성하고, 하반기에는 관련 조례를 제정키로 했다.
양석하 도 경제일자리정책과장은 “이전에는 설과 추석에 대비해 연 2회 정도 체불임금 대책회의를 개최했지만 올해부터는 상설조직화해 연 4회 또는 필요시 수시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대책회의는 체불임금 해소대책 수립ㆍ추진 등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체불임금 없는 제주도 조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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