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장기 억류됐다가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이 10일 새벽 3시쯤(현지시간) 마침내 미국 본토 땅을 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가 이들의 귀환을 환영했다.
전날 북한에서 석방된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씨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이날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부인 카렌 펜스 여사가 착륙 시간에 맞춰 기지에 도착해 이들을 직접 마중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세 석방자들이 타고 온 보잉 C-40 의료 비행기에 올라 석방 미국인 3명을 짧게 접견한 후, 계단 위에서 석방자들에게 먼저 계단을 내주며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 펜스 부통령과 국무장관 전용기를 타고 먼저 도착해 있던 폼페이오 장관이 계단 아래 활주로에서 이들을 맞이했다..
석방자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모여 있는 취재진과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2015년 10월 체포돼 3명 가운데 가장 오래 미국에 억류돼 있었던 김동철씨는 “꿈만 같다. 돌아와서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북한 억류 당시 대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우를 받았다”라며 “노동을 했고 병에 걸렸을 때는 치료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훌륭한 이(석방 미국인)들에게 특별한 밤”이라면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전에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이들의 석방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에 앞서 세 미국인을 석방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신뢰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대화에 매우 중요하다. 오늘 일은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과정의 일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정말로 그(김 위원장)가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며, 북한을 국제사회로 되돌리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북미 정상회담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이 북한을 정상 국가로 되돌리고 국제 사회로 복귀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일시나 장소를 “정해졌다”라고 말했을 뿐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석방자 3명의 도착 현장에는 이들의 가족이나 친지 등은 자리하지 않았다. 이는 규정 상의 이유로, 석방자들이 일반 미국인들을 만나기에 앞서 먼저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보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언론에 “가족과 친지는 기지 근처에 없다”고 밝혔다. 취재 허가를 받은 언론인 200여명이 이들의 도착을 지켜봤다. 행사 종료 후 이들은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월터리드 육군병원으로 이동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석방자 3명의 건강 상태에 대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석방자들은 전날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까지 폼페이오 장관의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이동한 후,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기내 의료 시설이 준비된 비행기로 갈아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이들은 10일 알래스카에서 잠시 기착한 후 국무부가 배포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우리를 집으로 데려와 준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 미국 국민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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