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홍콩 아가씨’로 유명한 원로가수 금사향(본명 최영필)이 10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1929년 평양 출생인 금사향은 상공부 섬유국에서 영문 타이피스트로 근무하다 주위의 권유로 조선 13도 전국 가수 선발대회에 참가해 1등을 하면서 가수로 입문했다. 1946년 노래 ‘첫사랑’으로 데뷔해 ‘소녀의 꿈’ 등을 발표해 사랑 받았다. 한국전쟁 때는 ‘님 계신 전선’으로 위문 공연을 다니며 국민을 위로했다. ‘위문 공연 도중 죽더라도 국가에 보상을 받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서까지 군의 사기를 위해 노래한 걸로 유명하다. 금사향은 활동 당시 국내 가수 최초로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올라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명인 금사향은 ‘거문고 실이 울리는 소리’란 뜻으로, 작사가인 고려성이 지어줬다.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란 노랫말로 익숙한 ‘홍콩 아가씨’는 2005년 이영애 주연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실려 새삼 주목 받기도 했다. 금사향은 노환으로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했지만, 최근까지 무대에 서 노래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금사향은 한국전쟁 당시 위문 공연을 다닌 공훈을 인정받아 국가유공자로 선정됐다. 2012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30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2일, 장지는 전북 임실 호국원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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