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작년부터 상습 폭행
지난 3월엔 방화까지 저지르자
경찰 영장 신청했지만 기각
결국 풀려난 지 한달여 만에…
동거녀를 상습 폭행하다 결국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앞서 수 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물론 불과 한 달 전쯤에는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던 남성은 ‘주거 분명과 피해자 처벌 불원’이라는 이유로 풀려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구속했더라면 살인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4일 새벽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원룸에서 지난해부터 사실혼 관계인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유모(39)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유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일용직을 전전해 왔고, 평소 금전적인 문제로 A씨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역시 돈 문제로 인한 말다툼이 범행의 단초가 됐으며 유씨는 “술김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부터 상습적으로 A씨를 폭행해 여러 번 경찰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알코올중독 치료병원에서 만나 지난해 동거를 시작했다. 처음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해 12월. 당시 경찰은 가위로 A씨를 찌르는 등 폭행을 했다는 사실을 병원진단서를 토대로 확인했다. 심지어 유족은 “(유씨가) 그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지속적으로 A씨의 등을 흉기로 찔렀고, A씨 배를 발로 차 하혈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에도 유씨는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3월까지 총 4차례 신고가 접수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3월 16일 A씨가 있는 집에서 라이터로 옷가지에 불을 붙여 방화하려다 붙잡혔고, 불구속 수사를 받던 3월 19일에도 A씨를 주먹으로 폭행해 다시 입건됐다. 하지만 A씨는 경찰의 여러 차례 설득에도 “유씨를 구속하면 자살하겠다”는 등 유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직접 집까지 찾아갔지만 A씨가 만남을 거절했다”라며 “피해 진술을 받아내는 것도 긴 시간 설득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수상해ㆍ상해ㆍ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를 적용해 3월 23일 유씨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씨는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유씨 주거가 일정하고, A씨가 법원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객관적 증거를 가지고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구속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며 “’주거가 일정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법원이 기각을 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주 중 유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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